최근 경주시가 발표한 관광객 수 증가 보도는 지역의 위상을 높이는 긍정적 요소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숫자를 절대적인 실체로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시민들이 체감하는 관광 효과와 수치 사이의 간극은 곧 행정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경주시가 최근 발표한 관광객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1일부터 11월 4일까지 약 한 달여간 경주를 찾은 외지인 방문객 수가 589만 6,309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8% 증가한 수치이며, 특히 외국인 방문객은 35.6%나 급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 같은 발표는 APEC 정상회의의 영향으로 경주의 관광 수요가 급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포스트 APEC’ 시대 경주의 국제 관광도시 도약 가능성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그러나 이러한 수치를 그대로 관광객의 절대적 증가로 받아들이기에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이번에 경주시가 활용한 수치는 한국관광데이터랩이 제공하는 이동통신 기반 빅데이터를 근거로 산출된 것이다. 데이터랩 통계의 특성상, 동일인이 경주에 2박 3일 체류할 경우 매일 한 명으로 집계되어 최종적으로는 세 명으로 계산된다. 즉, 실제 방문 인원보다 누적 수치가 과대평가될 여지가 크다.또한 데이터랩은 지역 체류자의 통신 신호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해당 방문 목적이 관광인지 단순 경유나 업무 차 방문인지는 구별할 수 없다. 따라서 외지인 방문객 수는 곧바로 ‘관광객 수’로 해석되기 어렵다. 특히 외국인 방문객 수의 경우도 외국 국적자의 통신신호 포착에 기반한 수치이므로, 해외 유심을 사용하지 않거나 단기 체류 후 통신 미등록 상태인 경우 등 실제 외국인 관광객 수와는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실제로 다른 지자체 사례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부산시의 경우, 지자체 자체 발표 수치와 데이터랩 기반 수치 간 약 두 배의 차이가 발생했으며, 거제시 또한 통계가 실제 관광객 수보다 과대 추정되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러한 사례는 단일한 데이터 출처에 의존한 정책 발표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통계를 활용한 행정 홍보 자체는 부정적인 일이 아니다. 오히려 수치를 통해 지역의 성과를 가시화하고,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설득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수치가 어떤 방식으로 산출되었는지, 한계는 무엇인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관광객 급증`이라는 메시지만을 부각시킬 경우 시민들과의 정보 격차를 낳고 행정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관광은 숫자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복합적 산업이다. 단기 방문자 수 외에도 숙박객 수, 평균 체류일수, 관광지 지출액, 지역 상권의 직접적 반응 등 다양한 정성적 지표가 종합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관광효과 분석이 가능하다. 더불어 시민들이 체감하는 관광객 증가와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이제는 단순히 수치에 의존한 홍보보다, 정확하고 균형 잡힌 데이터 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APEC을 계기로 경주가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로 도약하려면 무엇보다 시민의 신뢰와 동참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투명하고 신중한 데이터 활용과 함께, 보다 정교하고 입체적인 관광정책 수립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데이터는 ‘믿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지역을 위한 성장의 자산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