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2025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해 직원들에게 2일간의 특별휴가를 지급했지만, 정규직과 공무직에게만 해당 혜택을 주고 기간제 근로자를 배제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시는 내부 규정을 따랐다는 입장이지만, 법률과 판례, 정부 가이드라인까지 정면으로 어긴 결정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번 특별휴가는 경주시청 내부에서 근무한 관계 공무원들의 헌신을 격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다. 행사장 운영, 차량 통제, 안내 등 다양한 실무를 도맡았다는 점에서 ‘보상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실무의 최전선에는 기간제 근로자들도 있었고, 많은 이들은 정규직보다 더 긴 시간을 현장에서 근무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제된 셈이다.
경주시의 ‘기간제 근로자 관리규정’ 제5조는 명확하다. 근로조건과 복리후생에서 고용형태를 이유로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고 되어 있다. 더 나아가 ‘기간제법’은 임금, 복지포인트, 휴가 등 모든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도 유사 업무를 하는 기간제를 복리후생에서 배제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며 위법 판단을 내려온 바 있다.
이런 법적 기준에도 불구하고 경주시는 “정규직·공무직의 기여에 대한 보상”이라며 기간제를 제외했고, 이는 행정기관이 스스로 만든 원칙을 무너뜨리는 결정으로 비춰진다. 더욱이 중앙노동위원회는 올해 6월 한 지자체의 유사 사례에 대해 ‘차별’이라고 판정했고, 정부의 가이드라인도 ‘고용형태에 따른 휴가 제외는 부당’하다고 명시했다.
정규직 중심의 조직문화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이제는 기간제에게도 건강검진비, 복지포인트, 보험료 등을 동일하게 지급하는 추세임에도, 경주시는 아직 과거의 틀 안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시민사회에서는 “공공기관은 민간보다 더 높은 수준의 평등 의무를 져야 한다”며 “이번 결정은 경주시의 행정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린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하루 이틀의 휴가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공공조직이 고용형태에 따라 사람을 구분짓는 오래된 관행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음을 드러낸 사건이다. 지금이야말로 경주시는 진정한 포용행정, 평등행정을 위해 내부 제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