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 20주년을 맞아, 시민들의 삶과 정책 변화에 대한 심층 분석이 이뤄졌다. 그 결과, 지난 20년간의 변화 속에서 시민들의 정책 체감도는 여전히 엇갈리고 있으나, 합리적 지원을 전제로 한 수용 가능성은 과반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2005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이하 방폐장)을 유치한 지 20년이 흘렀다. 그간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되짚고 시민들의 정책 수용성을 진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4일,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백주년기념관에서는 경주동국대학교 지역정책연구소 주최, 해오름동맹 원자력혁신센터 후원으로 ‘경주 중저준위처분시설 유치지역 지원사업의 사회 경제적 효과’를 주제로 한 포럼이 열렸다.이날 포럼은 원자력 관련 지역정책의 주요 전환점을 짚어보는 기회였다. 주제 발표에는 김규호 전)경주대교수가 ‘방폐장 유치지역 지원사업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했고, 정주영대표(에스앤제이인사이트)는 ‘경주 중저준위 유치지역 지원사업의 사회적 효과분석’ 발표를 통해 지역민의 인식 변화를 면밀히 소개했다. 정 대표는 특히 11월 7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면대면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민들의 인식 지형을 구체적인 근거로 발표했다.설문조사에는 경주 전역의 시민 512명이 참여했으며, 여성 56.8%, 남성 43.2%로 조사됐다. 연령대별로는 61세 이상 고령층이 35.2%로 가장 높았고, 30세 이하가 19.5%, 51~60세가 16%, 31~40세가 14.8%, 41~50세가 14.5%로 분포됐다. 조사 지역은 방폐장 주변 지역이 42.6%, 경주 시내권이 57.4%였고, 응답자의 27.1%는 51년 이상 거주한 시민이었다.조사 결과, 방폐장 건립에 따라 추진된 다양한 지원사업 가운데 한수원 본사 이전은 시민들에게 가장 높은 인지도를 보였다. 그러나 총 4조 8천억 원에 달하는 각종 인프라 사업, 관광활성화, 문화체육 공간 조성 등은 기대와 달리 체감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라역사관 건립, 교촌한옥마을 조성, 화장장 건립, 양성자가속기 사업 등은 응답자의 20%가량이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방폐장 유치 당시 현금성 지원인 특별지원금 3천억 원 규모의 사업에 대해서도 시민 인지도가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해당 사업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6.6%였으나, ‘전혀 모른다’는 응답도 22.9%에 달했다. 이러한 결과는 대규모 지원사업이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보 전달 및 체감도 측면에서 한계가 존재했음을 시사한다.지원사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다시 방폐장 유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31.1%로 나타났으며, 긍정 응답은 34.1%, 부정 응답은 34.5%로 거의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이는 방폐장 유치에 대한 평가가 시민들 사이에서 여전히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고령층의 일부는 지역경제 기여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젊은 층에서는 정보 부족과 체감 효과 미흡 등을 이유로 부정적 견해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원자력 관련 시설 유치 가능성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 지원이 합의된다면 유사한 시설도 수용 가능하다’는 질문에 대해 ‘긍정’이라는 응답은 50.6%로 과반을 넘었으며, ‘보통’은 28.9%, ‘부정’은 20.5%에 그쳤다. 이는 시민들이 정책 전개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전제로, 미래 시설 유치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가지고 있음을 나타낸다.포럼 이후 진행된 패널 토론에는 최근 한수원본사 부분이전에 직접적인 관계 지역인 문무대왕면 이장단 대표, 학계, 언론, 공기업 실무진 등이 참여해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가 이어졌다. 문무대왕면 이장협의회 우추동 회장, 동국대 정윤길 교수, 코라드 권기정 팀장, 한수원 류혜미 차장, 경주시대 이성주 기자, 경주시 원자력정책자문관 서홍기 박사 등이 패널로 참여해 경주가 안고 있는 에너지정책의 현실과 향후 방향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특히 플로어 질문 시간에는 시민들의 질의가 이어졌고, 열띤 토론은 2시간이 넘도록 계속됐다. 이는 방폐장 유치가 단지 과거의 결정이 아니라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과제임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이번 포럼은 방폐장 유치 20년을 되돌아보며, 그간의 지원사업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효과를 재점검하고 시민 공감대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경주가 원자력 관련 정책을 펼쳐나가는 과정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더 폭넓게 반영하고, 체감도 높은 정책 설계와 정보 소통의 정교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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