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예산이 끊기는 순간 마을은 다시 쇄락의 길로 접어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주 황오동 구 경주역 인근의 ‘행복황촌’은 이 한계를 넘어선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동시에 우리에게 다음 10년을 준비하라는 분명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도시재생은 더 이상 낯선 정책 용어가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전국적으로 수백 개의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됐고, 마을 단위의 협동조합과 주민 조직이 곳곳에서 등장했다. 그러나 냉정한 현실은 예산 지원이 종료되는 시점부터 갈린다. 상당수 사업지는 초기의 활기를 유지하지 못한 채 운영 주체의 피로 누적, 수익 구조 부재, 인력 이탈로 빠르게 위축된다. 도시재생이 ‘반짝 사업’으로 끝난다는 비판이 반복되는 이유다.이런 가운데 경주 황오·성동동 일원의 ‘일상이 여행이 되는 마을, 행복 황촌’은 다른 궤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사업은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2025년 제10회 도시재생 한마당’에서 지역활성화 분야 경제활력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전국 693개 도시재생 사업지 가운데 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함께 걸어온 10년, 다시 시작하는 도시 이야기를 슬로건으로 한 이번 평가는 단순한 시설 조성이 아닌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황촌 마을은 빈집 정비를 시작으로 마을 활력소, 사랑채, 마을 부엌, 게스트하우스, 나들이길, 문화마당 등 거점 시설을 단계적으로 조성하며 정주 여건을 개선해 왔다. 그러나 진정한 전환점은 주민이 주도하는 ‘행복 황촌 협동조합’의 등장이다. 이 협동조합은 경상북도 마을기업 예비 지정과 도시재생 활성화 구역 내 외국인 도시민박업 특례를 활용해 마을호텔이라는 지역형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시켰다. 현재 61명의 주민 조합원이 운영과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마을호텔 21곳과 카페 등 휴게음식점 18개소가 운영되며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하지만 이 성과가 곧 안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부 지원이 줄거나 중단될 경우, 행복황촌 역시 경영 위기라는 현실적인 파고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성과는 ‘완성’이 아니라 ‘과정’이다. 주민 협동조합이 자생력을 유지하려면 관광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콘텐츠 개발, 외부 시장과의 연계, 전문 경영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단기 성과에 안주하는 순간, 도시재생의 성과는 쉽게 소진된다.이 지점에서 지자체의 역할은 다시 중요해진다. 지자체는 예산 집행 기관을 넘어 장기적인 동반자가 돼야 한다. 직접 지원이 어렵다면 행정 규제 완화, 공공 자산 활용, 민간 투자 연계, 인재 육성 프로그램 등 간접적이지만 지속 가능한 지원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폐철도 부지와 인근 노후 주거지 활성화처럼 중장기 도시 전략과 행복황촌의 지역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다.행복황촌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는 분명하다. 도시재생은 지원이 끝난 이후가 진짜 시작이라는 점이다. 앞으로의 10년을 내다보는 생존 전략을 세우지 못한다면, 어떤 성공 사례도 일시적 성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 주민의 힘으로 여기까지 온 행복황촌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행정이 함께 책임지는 장기적 시선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의 미래는 예산이 아니라, 그 이후를 준비하는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