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이제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관광도시로 자리 잡았지만, 관광객 증가가 곧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경주는 더 이상 ‘관광 잠재 도시’가 아니다. 이미 수치로 증명되는 관광의 메카다. 황리단길과 대릉원 일원, 동궁과월지 등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방문객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외국인 관광객 회복세 역시 뚜렷하다. 여기에 900대 가까운 차량을 수용할 수 있는 황리단길 환승주차장까지 본격 가동되며, 주말이면 도심 곳곳이 관광객으로 가득 차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겉으로만 보면 경주는 성공한 관광도시다.그러나 관광의 양적 성장 이면에는 분명한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관광의 체류성이 약하다는 점이다. 상당수 관광객은 황리단길에서 식사와 사진 촬영을 마친 뒤 주요 사적지를 빠르게 둘러보고 도시를 떠난다. ‘머무는 관광’이 아닌 ‘스쳐가는 관광’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황리단길 상권이 먹거리 중심으로 편중되면서, 소비 패턴 역시 짧고 단발적인 형태에 머무르고 있다.역사 유적에 대한 피로감도 간과할 수 없다. 불국사와 석굴암, 대릉원 등 경주의 핵심 자산은 수십 년간 반복 소비돼 왔다. 처음 방문한 관광객에게는 감동이지만, 재방문객에게는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가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역사문화라는 강력한 자산이 오히려 변화와 확장의 발목을 잡는 역설적인 상황이다.이제 경주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분명하다. 관광객 수를 늘리는 전략에서 벗어나, 어떻게 머물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체류형 관광 콘텐츠 개발에 민관이 함께 나서야 할 시점이다. 야간 콘텐츠, 생활문화 체험, 소규모 공연과 로컬 프로그램 등은 경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영역이다. 단순히 유적을 ‘보는 도시’에서, 문화를 ‘살아보는 도시’로 전환해야 한다.외국인 관광객 증가 역시 중요한 기회다. 안내 서비스의 다국어화, 디지털 기반 관광 정보 제공, 체험 예약 시스템 개선 등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여기에 시설관리공단이 구축해 온 주차장과 교통, 보행 인프라를 지역 중소상인, 청년 창업자들과 연계한다면 관광의 파급 효과는 훨씬 커질 수 있다. 인프라는 이미 갖춰졌고, 이제는 이를 어떻게 엮어내느냐의 문제다.경주는 지금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관광객은 이미 충분히 찾아오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들이 하루 더 머물 이유를 만드는 일이다. 관광의 양에서 질로, 관람에서 체류로의 전환이 이뤄질 때 비로소 경주는 진정한 관광수도로 완성될 것이다.아울러 체류형 관광은 단기간에 완성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행정의 정책 방향성과 민간의 창의적 기획, 지역 주민의 공감대가 함께 맞물려야 지속 가능성이 확보된다. 관광객을 소비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지역의 일상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경주가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남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향후 수십 년의 관광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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