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재판이 우리 사법 시스템에서 중 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비대면 행정·원격근무·온라인 수업 등 다양한 변화의 문을 열었고, 그 흐름은 법원에도 이어졌다. 2021년 11 월 본격 도입된 영상재판은 3년 만에 폭 발적으로 증가했다. 2022년 1분기 801 건에 불과했던 건수가 2025년 2분기에 는 3만7186건으로 늘어났고, 누적 건수 는 16만4907건에 이르렀다. 현재 증가 추세라면 2025년 중 누적 20만건도 무 난히 돌파할 전망이다. 영상재판은 더 이상 ‘특례적 절차’가 아니라, 법원이 상 시적으로 활용하는 표준 절차로 확대되 고 있다.영상재판이 빠르게 확산된 이유는 명 확하다. 첫째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 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방 거주자가 서울 법원에 출석하기 위해 하루를 통째로 비울 필요가 없고, 해외 체류 당 사자도 현지에서 변론기일에 참여할 수 있다. 둘째는 심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 다는 장점이다. 피해자나 미성년자가 가 해자와 동일한 법정 공간에 앉아야 하는 부담을 덜고,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는 국제 소송 경쟁력 강화다. 특허법원이 외국 기업 당사자의 현지 영상 출석을 허용하고 동시·이시 통역, 기계번역 자막 서비스를 도입한 사례는 영상재판의 활용 가능성을 더 넓 히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사법 접근성 을 넓히고 국민의 재판 참여를 돕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그러나 편의성의 확장은 동시에 여러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영상재판에 대한 태도와 인식의 변화다. 일부 변호사들이 운전 중 스마 트폰으로 접속하거나 지하철 이동 중 재 판을 받는 등 성의 없는 참여 행태가 적지 않다. 화면만 켜두면 출석이 인정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면서 재판의 집중력과 진지함이 흔들리고, 법정의 권 위가 침식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재 판은 단순한 회의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 를 다루는 엄중한 절차이며, 영상이라는 형식이 그 본질을 가볍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기술적 문제도 여전히 존재한다. 접속 불안정, 음성 지연, 화면 끊김은 재판의 흐름을 중단시키고 변론의 정확성을 떨 어뜨린다. 또 영상재판은 구조적으로 무 단 녹화·녹음 위험을 갖고 있다. 실제 법정에서는 녹음을 강력히 제한하지만, 온 라인 환경에서는 이를 완전히 통제하기 어렵다. 사건 당사자의 개인정보나 기업 기밀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민 감한 사건일수록 큰 우려를 낳는다. 이 처럼 영상재판은 편의성과 위험이 공존 하는 제도로서 정교한 관리가 필요하다.법의 원칙과 영상 시스템의 조화도 중 요한 과제다. 2024년 대법원이 “해외 증 인의 화상 진술은 적법한 선서가 이루어 지지 않았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 은 판결은 영상재판의 한계를 여실히 보 여준다. 절차적 적법성과 증거의 신뢰성 은 재판의 근본 원칙이며, 기술적 편의 가 이 원칙을 넘어설 수 없다는 점을 명 확히 한 것이다. 형사재판에서의 직접주 의·대면주의·공개주의 같은 핵심 원칙 을 영상재판이 얼마나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지도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그럼에도 영상재판은 미래 사법 절차 의 중요한 축으로 남을 것이다. AI 속기, 자동 통역, 스마트 법정과의 결합을 고 려하면 영상재판은 더 빠르고 정확한 절 차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기 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 지금 필요 한 것은 영상재판의 범위를 무작정 확대 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 기준을 재정비 해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일이 다. 출석 태도 기준, 녹화 금지 장치, 접 속 장애 시 대응 규칙, 대면·비대면 선택 기준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 야 한다. 기술은 도구일 뿐, 법의 원칙과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본질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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