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이 단계적으로 고도화되면서 대한민국 운전자들의 인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 등급에 따른 실제 보험료 산정 기준은 여전히 불투명해, 기술 발전과 제도 사이의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2026년 현재 국내 도로를 달리는 상당수 신차에는 자율주행 기능이 기본 사양처럼 탑재되고 있다. 다만 소비자들이 흔히 말하는 ‘자율주행차’는 기술적으로 큰 차이를 가진 여러 등급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은 미국자동차공학회가 정의한 레벨0부터 레벨5까지의 자율주행 등급이다. 이 등급 차이가 보험료 산정 논란의 핵심에 있다.레벨1은 차로 유지 보조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처럼 단일 기능만 자동화된 단계다. 이 경우 운전자가 모든 주행 책임을 지며 보험 적용 역시 일반 차량과 동일하다. 레벨2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널리 보급된 단계로, 조향과 가감속을 시스템이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가 대표적이다. 다만 상시 운전자 감시와 즉각적인 개입이 전제되기 때문에 사고 책임은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귀속된다. 보험사 역시 이를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 분류해 기존 보험 체계를 유지한다.문제는 레벨3부터다. 레벨3는 특정 조건에서 시스템이 주행 책임을 지는 ‘조건부 자율주행’ 단계다. 운전자는 시스템 요청 시에만 개입한다. 기술적으로는 책임 주체가 일부 시스템으로 이동하지만, 국내 보험 제도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 발생 시 실제로는 운전자가 운전석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자동차 보험이 우선 적용된다. 이로 인해 레벨3 차량 운전자들은 “기술은 자율주행인데 보험은 수동 운전 기준”이라는 불만을 제기한다.2026년 기준 국내 주요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은 자율주행 등급을 보험료 산정의 직접 변수로 삼지 않고 있다. 보험료는 여전히 운전자 연령, 사고 이력, 차량 가액, 수리비를 중심으로 산정된다. 자율주행 관련 요소는 첨단 안전장치 할인 특약 정도에만 제한적으로 반영된다.보험사들이 보수적인 이유는 명확하다. 사고 발생 시 자율주행 시스템 결함인지, 운전자 관리 소홀인지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와 법적 기준이 충분히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조사 책임 보험과 운전자 보험의 경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보험사가 위험을 선제적으로 낮춰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정부 역시 문제 인식은 공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 등급별 사고 책임과 보험 제도 개편을 단계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레벨3 이상을 전제로 한 독립적인 보험 체계는 아직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레벨4와 레벨5, 즉 운전자 개입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단계는 실증 사업 위주로만 운영되고 있어 보험 상품 역시 시범 수준이다.결국 자율주행 등급이 높아질수록 보험 제도의 정교함이 요구되지만, 2026년 현재 국내 보험은 여전히 레벨2 시대에 머물러 있다. 자율주행 데이터의 표준화, 사고 원인 분석 체계 구축, 제조사 책임 분담 구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운전자들의 의구심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의 진짜 상용화는 기술이 아니라 보험과 책임 제도가 완성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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