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행정의 가장 큰 문제는 예산도, 제도도 아닌 사람과 조직이다. 부서 간 협업이 실종된 행정은 민원을 방치하고 예산을 낭비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된 일이다.경주시청의 행정 현실을 들여다보면 한 단어로 요약된다. 각자도생이다. 같은 시청 건물 안에서 같은 시민을 상대하면서도 부서는 벽을 쌓고 책임을 밀어낸다. 더욱이 공간의 협소로 인해 일부 부서들은 외부에 나가 있어 더욱 협업은 찾을 수 없다. 민원 하나가 접수되면 문제 해결보다 먼저 부서 경계부터 확인한다. 소관이 아니면 손을 놓고, 애매하면 서로 떠넘긴다. 그 사이 민원인은 몇 번이고 전화하고, 몇 번이고 발걸음을 옮긴다. 행정 편의주의의 민낯이고, 주민자치 센터에서 난동을 부린다는 뉴스를 볼때면 이해가 될 듯 하기도 하다.이런 구조에서 협업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렵다. 부서 간 정보 공유는 형식에 그치고, 공동 대응은 보고서 문구로만 존재한다. 현장에서는 “저희 팀장님과 상의 해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이 가장 흔하다. 시민에게는 단 하나의 경주시청이지만, 내부에는 수십 개의 단절된 섬이 있을 뿐이다. 이로 인해 단순한 민원도 해결까지 몇 달이 걸리고, 결국 시민은 행정에 대한 신뢰를 거둔다.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협업 부재는 곧바로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비슷한 사업을 각 부서가 따로 기획하고, 유사한 용역을 중복 발주한다. 같은 목적의 시스템을 두고 부서마다 다른 예산을 책정한다. 의회 예산 심의 때마다 중복 지출과 비효율이 반복적으로 지적되지만, 행정 현장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된다. 지적은 기록으로 남고, 예산은 다시 새어나간다.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더 심각한 것은 협업의 기준이 행정 논리가 아니라 인간관계라는 점이다. 부서장과 부서장 사이의 관계, 팀원 간의 감정, 과거 인사에서의 앙금이 협업 여부를 좌우한다. 개인 감정이 공적 행정을 가로막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마음에 들면 협업이고, 틀어지면 단절이다. 시민을 위한 행정은 사라지고, 조직 내부의 정치만 남는다.이 같은 구조에서는 혁신도, 책임 행정도 기대할 수 없다. 협업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그러나 경주시 행정에서는 여전히 미담처럼 취급된다. 협업을 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고, 오히려 혼자 책임지지 않는 것이 안전한 구조가 고착화됐다. 그러니 누가 나서서 벽을 허물겠는가.이제는 변명으로 버틸 단계가 지났다. 민원이 힘들다는 시민의 하소연은 행정 실패의 증거다. 예산 중복 지출은 무능의 결과다. 의회의 지적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시다. 경주시는 관광도시 이전에 행정도시다. 행정이 무너지면 도시의 신뢰도 함께 무너진다.부서 간 칸막이를 깨지 못한다면, 경주시 행정은 계속 시민의 시간을 빼앗고 세금을 낭비할 것이다. 협업하지 않는 행정은 존재 이유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계획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결단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고질병은 앞으로도 계속 시민의 삶을 잠식할 것이다.결국 이 모든 문제의 종착지는 늘 같다. 끝없이 떠돌다 지친 민원인과 어디에 쓰였는지 체감조차 어려운 예산이다. 행정의 무책임과 협업 부재는 시민의 인내를 갉아먹고, 세금은 관리되지 않은 채 반복적으로 소모된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피해자는 언제나 시민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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