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관은 경주에 있어야 합니다.”신라 금관 특별전이 막을 내린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경주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전히 이 문장이 반복되고 있다. 110일 동안 이어진 황금의 열기, 하루 평균 2,500명이 박물관으로 향했던 행렬은 전시 흥행의 결과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경주 시민들이 오래전부터 품어온 문화적 갈증과 자존심, 그리고 “경주의 문화는 경주에서 보아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이 응축돼 있었다.   국립경주박물관 개관 80주년을 맞아 열린 이번 특별전은 그야말로 ‘신라 금관’의 모든 것이었다. 1921년 금관총 발굴 이후 104년 만에 현존 금관 6점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역사적 사건이었다. 온라인 예약은 매일같이 매진됐고, 마지막 2주는 박물관 개관 전부터 ‘새벽 줄 서기’가 이어지며 “금관 오픈런”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메라를 들고 줄을 섰고, 박물관 동쪽 사무동까지 이어진 줄은 ‘신라의 황금’을 직접 마주하려는 열망의 길이었다.   박물관 입장객 증가도 눈에 띄었다. 올해 2월까지 누적 관람객이 지난해의 2.4배를 넘어섰다는 점은 특별전이 단순 흥행을 넘어 지역문화 인식 자체를 흔들어 놓았다는 의미다. 설 연휴 기간에만 7만 명 넘는 관람객이 국립경주박물관을 찾았다는 사실은 경주가 얼마나 강력한 역사·문화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지를 다시 증명했다.   그러나 전시 종료와 함께 또 다른 질문이 남았다.“지금까지 이렇게 사랑받은 금관이, 이제 다시 경주를 떠나야 하는가.” 이번 특별전에 출품된 6점의 금관 가운데 3점은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1점은 국립청주박물관으로 돌아간다. 경주에 남는 금관은 단 2점뿐이다. 금관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시민들의 아쉬움은 당연하다. 신라 왕경인 경주는 금관이 태어난 도시이자 황금문화의 중심지였다. 그런 경주가 정작 금관을 상설 전시하지 못하는 것은 지역민에게 정서적 박탈감으로 다가온다.   경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금관은 경주에 있어야 한다”는 청원을 올린 이유는 단순 소유권 논쟁이 아니다. 그들은 “신라 문화의 원형이 박물관 진열장 속 전시품이 아닌, 도시의 역사적 기억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더 깊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는 지역 정체성과 문화자원의 재배치를 고민할 때 반드시 참고해야 할 목소리다.   물론 중앙박물관과 지방박물관 간 소장품 재배치는 쉽지 않은 문제다. 국가 지정 문화재의 특성상 소장기관 변경은 기준과 절차가 까다롭고, 보존·관리 역량 역시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특별전이 보여준 것처럼 경주는 충분히 큰 전시 역량을 갖췄으며, 경주시민의 문화 수요 또한 명확하다. 국립경주박물관이 “10년마다 금관 특별전을 정례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정례화만으로는 시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10년에 한 번’이 아니라 ‘언제든 볼 수 있는 금관 전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열릴 해외 특별전—파리와 상하이에서 펼쳐질 신라 황금문화 소개—역시 중요한 과제다. 해외 관람객에게 신라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동시에 지역민에게는 “우리 문화의 근본은 경주에 있다”는 안정적 신뢰도 함께 제공돼야 한다. 해외 전시가 잦아질수록, 경주 내 상설 전시의 필요성은 오히려 더 커진다.     신라 금관 특별전은 막을 내렸지만, 이 전시가 남긴 의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특별전의 성황은 경주가 역사도시를 넘어 세계적 문화도시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녔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 잠재력은 자연발생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금관을 비롯한 신라 문화재들이 경주 문화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지역·국가·박물관이 함께 답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이종협(경주시민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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