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6세 이상 18세 이하 어린이·청소년의 시내버스 요금을 전액 감면하는 조례를 3월 임시회에서 다시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1월 경주시의회 문화도시위원회에서 보류된 내용을 사실상 수정 없이 재상정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경주시민뿐 아니라, 경주를 방문하는 전국의 모든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기존 입장도 유지하고 있다.   어린이·청소년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교통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정책 목표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24년 기준 경주시내버스에서 어린이·청소년 이용 건수는 연 175만 건을 넘어선다. 만약 무료가 시행된다면 학원·도서관·체육시설 등 생활 인프라 접근성이 높아지고, 가정의 경제적 차이가 이동권의 격차로 이어지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또한 대중교통 활성화와 탄소 절감이라는 환경적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시도다.   그러나 복지정책은 목적이 선하다고 곧바로 옳다는 것은 아니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 정책 대상의 타당성, 시민 설득 과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포퓰리즘’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시의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의원들이 제기한 문제는 모두 현실적인 고민들이다. 경주시가 이에 충분히 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첫째 쟁점은 지원 대상의 문제다. 조례 명칭은 ‘경주시 어린이·청소년 지원’으로 읽히지만, 실제로는 전국 청소년이 모두 대상이다. 시비로 전국 청소년의 버스요금을 지원하는 셈이며, 이는 시민들의 상식적 기대와는 차이가 있다. 시는 관광도시 경주의 특성을 이유로 들지만, 실제 외지 청소년 이용 비율은 4.7% 정도에 불과하고 관련 예산도 연간 1억4천만원 수준이다. 그렇다면 관광 효과보다 지역 청소년 이동권 보장이 더 분명한 1차 목표가 되어야 한다. 조례의 내용과 설명도 이 방향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재정 문제다. 경주시는 무료버스 시행 후 이용객이 50% 증가할 것으로 보고, 2026년 기준 연간 31억여 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이미 시행 중인 노인 무료버스, 벽지노선 손실보전 등 기존 교통복지 비용까지 더하면 시 재정 부담은 상당하다. 그럼에도 시는 “우선 시행하고 문제는 이후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비치고 있다. 그러나 보편복지는 한 번 도입하면 되돌리기가 어렵다. 정책 설계 단계에서 중장기 재정추계와 우선순위 조정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는 버스회사에 대한 보조금 확대 논란이다. 경주시내버스는 사실상 독점 구조이며, 시는 매년 큰 폭의 손실보전을 하고 있다. 무료 승객이 늘면 보전금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시민 입장에서 교통권 확대인지, 특정 업체 수익 보전인지 모호해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교통복지 확대는 노선 개편과 공공성 강화와 함께 추진돼야 한다. 회의에서 여러 의원이 “수십 년간 노선 체계가 바뀌지 않았다” “지역 간 연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버스가 없어서 못 타는 현실을 해결하지 않고 단순히 요금만 없애는 것은 정책 효과를 반감시킨다.   경주시는 전국 대상 정책이 행정적으로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한다. 별도 카드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도 되는 점은 분명 장점이다. 그러나 행정 편의가 정책의 본질적 정당성을 대신할 수는 없다. 경주가 왜 전국 대상 무료버스를 해야 하는지, 이 정책이 경주의 장기적 복지 비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시민에게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둘러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정책을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무료 전면 시행 외에도 정액요금제, 단계적 확대, 거주 기준 차등 지원 등 다양한 대안을 놓고 토론할 필요가 있다. 이번 3월 임시회는 원안을 밀어붙일 자리가 아니라 더 나은 방향을 마련하기 위한 숙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경주시가 책임 있는 교통복지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질문들에 먼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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