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입지·인프라·산업생태계에서 가장 앞선 후보지로 평가그러나 업계는 실제 선정 과정에서 정치적 판단이 큰 변수라고 본다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대형원전 2기와 i-SMR 1기 후보지 공모에 착수한 가운데, 경주는 전력망과 용수, 기존 원전 인프라, 산업 클러스터 측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지로 꼽힌다. 다만 원전 부지 선정은 기술적 조건만으로 결론 나지 않는 만큼, 주민수용성과 정부 정책, 정치적 판단이 최종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대형원전 2기와 i-SMR 1기 건설을 위한 후보 부지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신청 마감은 2026년 3월 30일이다. 한수원이 제시한 평가 기준은 부지 적정성, 환경성, 건설 적합성, 주민 수용성 등 4개 항목이며 각 항목은 같은 비중으로 반영된다. 표면적으로는 공정한 기준이 제시됐지만, 원전 업계에서는 실제 선정 과정이 단순한 평가표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경주는 이번 i-SMR 유치전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폐로된 월성 1호기의 송전 설비를 활용할 수 있어 전력망 연계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용수 공급과 부지 조성 여건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월성원전, 한수원 본사,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중수로해체기술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등 원자력 관련 시설이 집적돼 있어 연구, 실증, 운영, 해체, 지원 기능이 한 지역 안에서 연결되는 산업 생태계가 이미 구축돼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SMR 국가산업단지와 제작지원센터 조성도 추진되고 있어 경주는 산업 연계성 면에서 다른 지역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지역의 대응도 빠르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공동 태스크포스를 꾸렸고, 경주시 원전범시민대책위원회는 i-SMR 1호기 경주유치추진단을 구성했다. 시민 설명회도 열리면서 유치 분위기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실제 주민들의 반응은 시컨둥하다. 주민 수용성 역시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는 분석은 유치 지자체에서 홍보를 하고 있다. 현재 원전 생태계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하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원전 부지 선정은 주민 여론과 지방의회 동의, 지자체 지원 계획, 사업자의 경제성 판단,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정권의 원전 기조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동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모든 조건이 충족돼도 마지막 결정은 정치가 좌우할 수 있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실제로 원전 정책은 정권 변화에 따라 급격히 흔들린 전례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평가 기준보다 정무적 판단과 정책 흐름을 더 큰 변수로 보는 시각도 많다.대형원전 2기의 입지 문제 역시 경주 원전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느 지역이 대형원전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인력과 협력업체, 지원시설, 교육 기능 등 지역 원전 산업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공모는 단순한 발전소 입지 선정이 아니라 한국 원전 산업의 향후 구조를 가르는 분기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결국 이번 유치전의 핵심은 분명하다. 경주는 입지와 인프라, 산업 기반에서 강한 경쟁력을 갖췄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기술적 우위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주민수용성과 정책 기조, 정치적 판단이 어디까지 작동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이번 공모는 경주가 선택받느냐의 문제를 넘어, 한국 원전 정책이 과연 합리성과 실질적 경쟁력에 따라 움직이는지 확인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