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협치(協治)가 등장하는 세상 4.13 총선이 끝나자 신문과 방송에 전에 없던 단어가 등장했다. 협치(協治).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네이버 블로거에는 ‘70평생 협치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 그렇게 좋은 거라면 왜 이제사 꺼내느냐’는 냉소적인 글도 등장한다. 검색해보니 신조어는 아니다. 행정분야에서는 전부터 사용돼 온 말이다. 주로 민·관 각 분야가 자율성을 가진 채로 결정에 앞서 협의와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의미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국가발전을 위해서 국정에 협조하라는 의미로, 야당은 또 새누리당이 대통령을 설득하여 정부가 국민의 뜻을 따르게 하라는 의미로, 각각 동상이몽을 꿈꾼다. 국정협조가 안될 경우 서로 상대에게 ‘협치가 안된다’라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이도 있다. 어쨌거나 협치는 ‘힘을 합쳐 잘 다스린다’는 뜻으로 당분간 한국정치의 화두로, 또는 핵심요소로 자주 등장할 것 같다.한때 ‘지속가능한’이라는 말이 각종 언론과 세미나에 단골로 등장하더니 요즘은 쑥 들어가고 소식도 없다. 그 많던 ‘지속가능한’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하다. 일회성이 아닌 일관되고 꾸준한 정책의 실현을 목표로 하던 이 말이 몇 년 유행하다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는 것을 보면 꾸준함이나 일관성이 과연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경주시가 성공한 축제라고 대거 홍보하던 ‘술과 떡 축제’가 어느 날 말 한마디 없이 사라지는 것과 같이 말이다. ‘지속가능한’도 ‘협치’도 시대적 여망이 반영된 말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두 말을 합쳐서 ‘지속가능한 협치’는 어떨까? 시장과 국회의원, 집행부와 시의회, 시민사회, 언론, 그리고 한수원 등등이 지혜와 역량을 모아 경주발전이라는 대전제를 위해 협력하는 꾸준한 협조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자방자치 25년 동안 경주에서 협치가 잘 되었을까? 그렇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먼저 시장과 국회의원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 과거를 들추어봐야 무슨 덕이 있겠냐마는 이제부터라도 양 수레바퀴처럼 잘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시장은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지 시정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법률적으로야 국회의원은 시민의 대표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가 맞지만 시민들의 뜻으로 뽑은 대의기구이니만큼 국회의원의 뜻을 존중해야 마땅하다. 다행이 최근 김석기 당선자와 최양식 시장이 자주 만난다고 폐북에 뜨는 것을 보니 앞으로 협치가 잘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시장은 또 시의회와 협치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명실공히 시의회는 시민들이 뽑은 시민의 대표다. 시장은 시민들이 선출한 자치단체 행정의 책임자이지 시민의 대표는 아니다. 시장이 시의회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공식행사 외에는 만나는 일조차 거의 없다니 소통이 잘 되고 있는지 불안하다. 시의원의 말은 곧 시민의 목소리다. 그렇다고 집행부와 시의회가 별다른 이견이나 마찰 없이 협의가 잘 되는 것이 협치는 아니다. 감시와 견제라는 시의회 본연의 역할이 잘 기능하는 게 협치다. 이 점은 시민들도 알아야 한다. 집행부와 시의회는 심도있고 생산적인 토론, 건설적인 견제가 곧 협치다.시민단체의 활동이 요즘 뜸하다. 최근 경주에 특별한 이슈가 없어서 그런지, 각자 먹고 살기에 바빠서 그런지 두드러진 내용이 없다. 경실련이나 환경운동연합이 그런대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려고 노력해 온 점은 높이 평가하지만 요즘에는 이상하게도 조용하다. 목소리를 내봐야 보수성이 강한 경주사회에서 쇠귀에 경읽기라는 인식 때문인지 언론에도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조용한 게 좋은 것일까? 아니다. 무기력하거나 실의에 빠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될대로 되라. 희망이 안보인다’는 의미는 일면 포기와 닮아 있다. 사회는 본래 시끄러워야 정상이 아니던가? 조용한 게 평화로운 것은 아니다. 포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역시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각자도생(各自圖生-제 각기 살길을 찾아 일을 도모함)하는가? 각자도생은 협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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