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고경주 방폐장 설계결함 의혹, 민관합동 조사가 절실하다.
이 상 홍 사무국장경주환경운동연합설계수명 40년짜리 대형 펌프가 불과 1년 만에 모두 고장 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경주 방폐장의 지하수를 퍼내기 위해서 설치한 8기의 배수펌프 중에 7기가 고장 나서 새것으로 교체된 것이다. 고장 난 배수펌프를 교체한 시기는 2015년 9월이다.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 사실을 보고받은 것은 올해 2월이다. 40년짜리 배수펌프가 사용 1년 만에 대부분 고장 난 것도 문제지만,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더 큰 우려를 자아낸다.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밝힌 배수펌프 고장 원인은 이물질에 의한 펌프의 마모였다. 지하수에 이물질이 많은 이유를 암반을 보강하기 위해 주입한 쇼크리트(시멘트 풀)의 석회질 성분으로 꼽았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해수 유입’으로 보인다. 방폐장은 바닷가에 인접해 있고 배수펌프는 해수면보다 100미터 아래에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매일 수천 톤의 지하수를 뽑아내면 바닷물도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모이게 된다. 실제로 방폐장에서 배출되는 지하수는 일반 담수보다 염도가 높다. 지하수의 염분이 쇼크리트의 석회질 성분과 반응해 이물질이 다량으로 발생했다. 염분은 배수펌프 자체도 부식시킨다. 공단이 배수펌프를 교체하면서 기존의 탄소강 재질을 염분에 강한 스테인리스강 재질로 교체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이번 사태의 본질은 해수 유입을 설계에 반영하지 않은 ‘설계결함’에 있다. 그리고 설계결함은 더 넓은 범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환경운동연합은 제보를 바탕으로 네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첫째, 사일로 하부의 지하수 저장조에서 지상부로 연결되는 210미터 수직구의 내진설계 누락으로 지진 발생 시 배수관 파열로 사일로 침수. 둘째, 지하수의 화학적 성분(염분 및 황 등) 변화와 영향을 설계에 반영하지 않아서 배수펌프 및 배수관 조기 산화 및 콘크리트 수명 단축. 셋째, 지하수 발생량 예측 실패에 따른 배수펌프 과부하로 수명 단축. 넷째, 배수펌프 및 배수관에 내구(부식)성이 강한 스테인리스강 대신 탄소강 사용 등이다.배수펌프 교체로 제보는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이쯤 되면 경주 방폐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안전성을 원점에서 재조사해야 한다. 지난 4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출석한 방폐장 배수설비 설계자는 “공단이 담수 조건으로 설계조건을 제시했다.”며 설계결함을 시인했다. 그런만큼 ‘수직구의 내진설계 누락’ 등 의혹을 시급히 확인해야 한다. 수직구의 내진설계가 중요한 것은 지하수 배수관이 수직구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수직구가 붕괴되면 배수설비 전체가 붕괴되고 핵폐기물이 보관된 사일로가 침수된다.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5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수직구는 국토교통부의 ‘터널내진설계’ 기준에 따라 내진설계가 적용”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터널내진설계’에 있다.국토교통부의 ‘터널내진설계’ 기준은 우리가 도로에서 쉽게 만나는 터널에 적용되는 내진설계를 일컫는다. 이것은 원자력 시설에 적용되는 내진설계보다 한참 낮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방폐장 수직구에 적용된 내진설계는 결국 ‘0.11g’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공단은 방폐장에 적용된 내진설계는 핵발전소의 원자로 건물과 같은 ‘0.2g’를 적용했다고 늘 자랑했다. 그러나 사일로에만 0.2g를 적용했을 뿐, 수직구, 운영동굴, 건설동굴 등은 모두 0.11g를 적용한 사실이 밝혀졌다.경주 방폐장 안전성의 핵심은 배수설비다. 배수관이 병설된 210미터의 수직구에 적용한 0.11g의 내진설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진으로 생성된 10개의 단층이 방폐장 부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경주 방폐장은 해수 유입을 설계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내진설계도 충분하지 못하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현란한 데이터를 들이대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계속 강변만 늘어놓아서는 안 된다. 이참에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안전성 공동조사를 받아들여 깔끔하게 털고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