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경주 시민체육대회 판을 키우자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로 각 지역마다 고유한 축제 내지 잔치가 개발되어 시민잔치로 승화되고 되고 있다. 성공적으로 개최되어 시민화합은 물론, 소득증대에 기여하는 축제도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곳도 많다. 예산만 낭비하면서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주는 어떨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신라문화제가 명목은 겨우 이어가고 있지만 시민 호응은 물론,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겨우 동네잔치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머물면서 점점 도태되어 가고 있다. 즉, 진화에 실패한 것이다.
그럴 듯하게 보이던 ‘술과 떡축제’도 슬그머니 사라졌다. 국비지원 주체인 문화관광부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음으로써 그 존재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천혜의 관광조건을 갖고 있는 경주는 신라, 혹은 서라벌이라는 이름만 갖다 붙여도 그럴듯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유명세를 갖고 있는 축제 하나가 없다. 모두가 반성할 일이다. 시청도 있고 재단도 있고 무슨 선양회도 있지만 제대로 그 역할과 기능을 다하지 못한 결과다. 반성할 일이다.
소문이 사실인지 확실히 모르지만 인구 3만명인 봉화군의 경우 은어축제에 75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왔다니 가히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다. 군 인구의 24배를 유치했다니 대단한 일이다. 관광객 수를 뻥티기한 게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다.
경주의 여름축제가 흥행 면에서 대실패를 했다는 게 지역언론과 시민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돈을 10억이나 쓰고도 관광객 유입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시민들의 참여도 저조했다. 문화재단에서 시행한 보문 수상공연장에는 시민 및 관광객이 어느 정도 참여했으나 투자 대비 관람객 수는 적었다. 또 별로 수준도 높지 않은 외국 아티스트를 비싼 돈을 주고 데려왔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 외 ‘만파식적’과 ‘천년야행’은 실패작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만파식적은 작품 수준은 그렇다치더라도 관람객 없는 공허한 메아리였고, ‘천년 야행’ 중의 ‘천년의 빛’은 작품 내용과 완성도 면에서 형편없이 떨어져 관람객들의 심한 야유를 받았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관광객은 제쳐두고 시민들만이라도 즐길 수 있는 축제라도 제대로 하면 좋겠다. 경주시민체육대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어지는 불경기에 시민들의 시름만 깊어가는데 하루 쯤 신나는 잔치를 통하여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에너지를 받아 삶의 재충전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각 동네 주민들 대부분이 참여하는 이 체육대회야말로 진짜 시민축제인지도 모른다. 특히 청·장년층이 대부분 참여하는 이 시민축제야말로 명실공히 주민찬치가 맞다. 괜히 오지도 않은 관광객에게 매달리지 말고 말이다.
내년부터 각 동네별로 지급되는 예산을 늘려야 한다. 그래야 이 체육대회를 치르기 위해 각 동네 체육회가 지역 유지들에게 손 벌리는 민폐를 없앨 수 있다. 즐거운 잔치를 하려는데 체육회에서 찬조금 내라고 하면 그리 즐겁지만은 아닐 것이다. 아예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 관광객도 없는 여름축제에 10억이나 투자하지 말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체육대회야말로 진정한 축제다. 준비하고 뒷풀이 하는 날까지 하면 거의 한달간이 시민축제의 기간이다. 며칠만에 거금을 날리는 여름축제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대시민 친화적이기도 하다.
날짜도 그렇다. 왜 금요일 날을 잡는가? 시민들은 다 안다. 공무원들이 토.일요일 쉬기 위해서라는 것을. 내년부터는 토요일로 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속보이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시장이 출장가는 날을 피하기 위해 애쓰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 동네 저 동네에 살고 있는 친구, 선·후배를 만나는 게 반갑고 즐겁지 시장 얼굴보면 뭐 대수인가? 시장이야 대회사를 하고 싶겠지만 누구하나 시장 대회사 들으러 체육대회에 참가하지는 않는다.
내년부터 시민체육대회의 판을 키우자. 예산을 늘려 민폐를 끼치지 않고도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일도 토요일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