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좋은 친구, 멋진 친구친소(親疎)관계를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의 관습을 탓하려 하는 게 아니다. 공자(孔子)도 친소관계를 따졌고, 도부동 불상위모(道不同 不相爲謀)라 하여 가는 길이 같지 않은 사람과는 일을 도모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 사회는 연고주의(緣故主義) 사회다. 대표적은 게 혈연,지연,학연이다. 요즘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적어지다보니 담배를 피우는 애연가끼리도 동지애가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혈연,지연,학연 다음에 끽연도 한자리 차지하려고 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우리는 이 연고주의의 폐해를 잘 알고 있다. 능력과 공정성이 우선되어야 함에도 연고에 의한 결정이 사회의 질서를 혼탁하게 하고 있다. 최근 불거져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는 고교동창 부장검사 사건이다. 한겨레신문에 게재된 이들의 녹취록을 보면 양심이나 정의, 품위는 눈 닦고 찾아봐도 없다. 오직 잔혹한 생존만 보인다. 고위 관리들의 이런 행태는 이미 지적한다는 자체가 진부할 정도다. 기업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큰 틀에서 다를 바 없다. 우리 시회의 구석구석에 암약하고 있다. 이들 사슬의 맨 꼭대기에 서울대학교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발전을 선도하고 견인한 동력으로서의 서울대 출신이 많다는 것도 안다. ‘000자제 서울대 입학’이라는 현수막 걸지 말았으면 좋겠다. 조국에 해악을 끼칠 인물인지 알 수 없으니까. 촌스럽다. 그나마 요즘은 많이 줄었다. 시민의식 수준이 많이 향상된 것이다. 논점에서 벗어나 서울대 이야기가 나왔다. 나이를 기준으로 보면 경주시민의 허리는 40대에서 50대일 것이다. 저녁에 술집에 가보면 고등학교 선·후배끼리 모여앉아 술 마시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다. 그 다음이 로타리, 라이온스 등 사회단체, 그 다음이 산악회 등 동호회다. 친인척간 술자리는 별로 없다. 술 마시면서 하는 대화의 주된 내용은 친목증진과 정보교환이다.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끼리끼리 문화가 과연 개인의 발전과 사회의 안정에 순기능으로 기여할까 하는 생각이다. 시청에 무슨 일이 있으면 고등학교 동창부터 알아본다. 그 다음이 고향이고 혈연이다. 우리 사회가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학연, 혈연에도 좋은 사람, 멋진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자. 주변을 넓혀보자. 능력주의 성공의 잘 알려진 예가 월드컵 4강을 이뤄낸 히딩크가 아니던가. 온갖 배경으로 선수를 발탁해 달라는 청탁을 과감히 거절한 히딩크가 아니었던들 우리가 4강신화를 창조했을까? 끼리끼리 문화는 필연적으로 배타성을 갖는다. 진취적일 수 없다. 이제 경주에는 외국인도 많다. 성씨와 학연이 영원한가? 이익과 명예 앞에는 무력하다. 괜히 실망만 클 뿐이다. 현재의 나의 테두리 밖에서 좋은 친구, 멋진 친구를 찾아보자. 인생이 보다 더 다양하고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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