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7초의 기다림엘리베이트를 타고 오르내릴 때 닫힘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7초만 기다리면 자동으로 문이 닫힌다. 그러면 전기요금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기계 작동상 그렇다. 그런 줄 알면서도 조급증 때문에 닫힘 버튼을 누르게 된다. 습관적이다. 7초를 못 기다릴 만치 급한 일도 없는데 말이다. ‘빨라야 5분’도 마찬가지다. 5분 늦어도 큰 탈이 없는데도 빨리 가려는 운전습관도 마찬가지다. 경쟁의 압박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특징이다. ‘천리지행 시어족하(千里之行 始於足下)’.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급하게 서두르지 말라는 경고다. 노자(老子) 「도덕경」 64장에 나오는 말이다. 서두르다가 낭패를 당하는 예를 우리는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조급함과 욕심 때문에 일을 그르친다. 욕심이나 조급함이 도를 넘으면 병원이나 감옥의 신세를 져야 한다.
슬로시티(Slow City. 느린 도시)는 향토인으로 하여금 자연과 전통 속에서 마을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소통하는 가운데 고유한 먹거리와 전통문화, 생태주의 등이 바탕이 된, ‘느림의 철학’을 통한 삶의 질을 향유함과 아울러 도시민(관광객)들에게는 마음의 고향을 제공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일종의 공동체 마을이다.
슬로시티는 현대사회의 특징인 도시의 팽창, 생산성 지상주의, 기계적 일상 등 인간성을 훼손하는 요소를 지양하고 대신에 지연과 전통의 존중과 조화를 통한 ‘사람답게 사는 마을’을 지향한다. 그 근본정신은 현대의 ‘물질문명’과 ‘빠름’이 결코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는 명제에 근거하고 있다. ‘느림의 미학’은 곧 ‘누림의 미학’이다.
이 슬로시티는 환경과 자연, 시간과 계절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리고 인간과 생물간의 조화와 통섭을 존중하고 각 지역의 다양성과 아울러 차별성에 대한 인정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면서 물질을 쫒아 달려가야 하는 속도와 물질만능주의를 지양하는 아나로그적 삶을 추구한다. 한가롭게 거닐기, 권태롭기, 듣기, 꿈꾸기, 기다리기, 마음의 고향 갖기, 글쓰기 등이 슬로시티에서 강조되는 생활스타일이다. 빨리 간다고 빨리 도착한다는 보장도 없다. 빨리 가려고하다가 쓰러지면 오히려 늦을 수도 있다. 최근 청문회에 불려나와 곤욕을 치르는 증인들의 대부분도 빨리 뭔가를 이루려고 하다가 생긴 부작용에 기인한다. 천천히 신중하게 판단하고 실행해도 별 무리가 없는데도 조급함을 이기지 못한 결과다. 7초만 기다리면 엘리베이터 닫힘 버튼이 저절로 닫힌다. 좀 천천히 가도 목적지에는 엇비슷하게 도착하게 마련이다. 빨리 가려고 조급하게 설치면 탈나는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