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부모에게 5분도 빌려주기 싫은 권력‘부모에게 5분도 빌려주기 싫은 게 권력’이라고 한다. 권력이 얼마나 좋으면 부모에게 5분도 빌려주기 싫을까? 남도 아닌 부모에게 말이다. 그것도 몇 년도 아닌 단 5분도 싫단다. 게다가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니고 빌려주는데도. 권력의 속성을 단적으로 나타낸 말이다.권력은 ‘남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힘’이다. TV에서 자주 나오는 동물의 세계를 보면 동물들도 권력을 위해 죽으라고 싸운다. 어떤 때에는 싸우다가 죽기도 한다. 싸움에서 이긴 동물은 암컷을 모두 차지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번식시키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못한다. 자기 자리를 노리는 경쟁자는 늘 있게 마련이다. 경쟁자에게 밀린 우두머리는 꼬리를 내리고 점차 은퇴의 길을 걷는다. 그러다가 쓸쓸히 사라진다. 이른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열흘 넘게 붉게 피는 꽃은 없다. 인간세계도 마찬가지다.역시 TV 연속극에 나온 이야기다. 젊은 대기업 오너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계열사 사장. 이 사장은 젊은 오너보다 머리도 더 좋고 더 좋은 대학을 나와 치열한 생존경쟁을 뚫고 사장까지 올랐지만 그래도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오너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아부해야 하고 비굴해져야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대기업 오너는 이들을 마치 머슴처럼 부린다. 자기보다 나이도 많고 머리도 좋은 사장이 비굴한 모습으로 머리를 조아리며 손바닥을 비빌 때 기분이 어떨까? 영화의 제목처럼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아니라고 강변할 수도 있지만 현실이다.권력은 시장(市場)으로 넘어갔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정치권력은 존재한다. 지방에는 지방권력이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지역에는 지역권력이 존재한다. 시장(市長)을 필두로 의회권력이 있다. 이 외에도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많다. 문화, 종교 등 사회 각 부문에는 엄연히 권력이 존재한다. 소위 힘 있는 사람들이다. 하물며 동기회에 가도 힘 있는 동기들이 따로 있을 정도다.그런데 권력의 달콤함에 너무 취하면 험한 꼴을 본다는 게 또한 권력의 속성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칼날의 양면처럼 말이다. 최근에는 TV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그리 어렵지 않게 예를 찾아볼 수 있다. 감옥에 가거나 수명을 앞당기는 경우다. 예부터 이를 경계하는 말이 많다. 권력 때문에 험한 꼴 당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다. 자신의 역할이 다했고 후배에게 물려줄 때라고 생각이 되면 미련 없이 내려와야 한다. 연극이 끝나면 무대에서 사라져야 하듯이 말이다. 그래야 대접 받는다. 권력을 놓기 싫어서 발버둥치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마련이다. 나아가야할 때와 멈출 때를 알면 험한 꼴을 당하지 않는다고 옛사람들이 가르쳤다. 공수신퇴천지도(功遂身退天地道)다. 공을 이루었으면 물러남이 세상의 이치라는 뜻이다. 그러면 다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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