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세종대왕도 울고 나도 울고?시내 모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의 카톡에 소개된 자신의 타이틀에는 ‘일모도원’이라고 쓰여 있다.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라는 뜻이다. 하고 싶은 일도 많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자신을 생각하니 쏜살같이 달려가는 인생의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나나낸 말인 듯하여 공감이 된다. 이 말의 유래에는 처절한(?) 인생 이야기가 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를 정복하고 천하의 패권을 차지한 오나라 오자서의 이야기다. 초나라 초평왕 태자의 스승이었던 오자서의 아버지 오사가 간신배의 모함으로 옥에 갇혔다. 초평왕은 오사의 두 아들을 함께 죽여야 후환이 없다는 간신의 말을 듣고 두 아들 오상과 오자서를 궁으로 불러들인다. “궁에 가면 아버지와 함께 죽습니다. 복수를 위해 후일을 도모해야 합니다”라는 동생 오자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부르는데 안 갈 수 없다”며 궁으로 간 형 오상은 아버지와 함께 죽임을 당한다. 세월이 흘러 우여곡절 끝에 오자서는 걸출한 병법가 손무와 함께 초나라를 정복한다. 오자서는 아버지와 형을 죽였던 초평왕의 무덤을 파헤치고 3백번 채찍을 내려쳐서 시체를 가루로 만드는 복수를 한다. 이에 대해 옛 친구 신포서라는 사람이 전갈을 보내 “과거 조국의 왕이었는데 너무 심하지 않느냐”는 충고에 대해 오자서는 친구에게 꼭 전하라면서 한 말이 ‘일모도원(日暮途遠)’이다. 도행역시(倒行逆施)라는 말이 따라 붙기도 한다. 오자서 자신도 자신의 복수가 후세에 칭찬받을 일이 아닌 줄 알지만 일이 급할 때는 순리만 따를 수 없다는 그의 지론이다. 도행역시는 일을 도모함에는 때로는 순리를 거스릴 때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오자서도 결국 오나라 왕 합려의 미움을 받아 죽음을 당한다. 죽기 직전 그는 자기 눈을 빼서 오나라 성벽에 걸어달라고 유언한다. 오나라가 망하는 꼴을 꼭 보고야 말겠다고. 오나라는 결국 월나라에게 망했다. 그의 소원이 이루어진 셈이다. 지독한 사나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끝머리인 2022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노사정위원회에서 협상 중에 있지만 노동계는 2022년까지 못 기다리겠다며 당장 시행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을 밀어준 지분에 대한 요구도 섞여 있는 모양이다. 경주의 여성노동자회 등 노동계에서도 지금 당장 시급 1만원 인상을 요구하면서 시위를 하고 있다. 1만원까지는 안되더라도 그에 근접한 기대를 하는 전략적인 부문도 있을 것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말을 보면 짐작이 된다. ‘155원 인상? 세종대왕도 울고 나도 울고’ ‘최저임금은 국민임금! 1만원으로 우리 삶을 바꾸자’ ‘시급 1만원, 월 209만원입니다’ ‘과자값도 이거보다 많이 오른다.그것도 인상이냐 지금 당장 만원으로’ ‘우리 삶에 나중은 없습니다’ ‘2018년 최저임금에는 세종대왕 얼굴 보고 싶어요’ ‘155원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알려주실래요?’ 등이다. 경영자 측에서는 155원 인상을 내놓고 있는 모양이다.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삶의 보장을 위해 많이 올리면 좋기야 하겠지만 고려해야 할 사정이 많다. 155원 인상안은 너무 약하고 1,000원 정도 올리면 어떨까? 2022년 쯤에 대통령의 공약대로 1만원으로 하고. 2017년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6,470원. 그래도 세계적으로 보면 많은 축에 든다. 1위 호주가 14,823원, 2위 뉴질랜드가 12,781원에 이어 독일 11,043원, 영국 10,306원, 캐나다 10,061원, 미국 8,536원(평균. 미국은 주마다 다르다), 일본이 7위로 8,430원에 이어 우리나라가 그래도 세계에서 8등이다. 중국은 1,799원 뿐이다. -최저 월급과 물가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변수가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이 통계로 단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노동계 등 최저시급 1만원 인상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더 기다릴 수 없다. 당장 현재의 삶이 중요하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며 진보정부가 들어섰을 때 한꺼번에 올리자는 주장이다. 1만원으로 올리면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많다.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보다 잘 사는 나라가 아니지 않는가?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점차 올리면 된다. 무리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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