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가난한 자와 부자의 생각공자가 어느 말 뜬금없이 말했다.“貧而無怨難 富而無驕易(빈이무원난 부이무교이)” -논어 헌문편 11장-“가난하면서 원망하지 않기는 어렵지만 부유하면서 교만하지 않기는 쉽다.”이 구절을 읽고 크게 공감한 적이 있다. 역시 공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2천년 전에 이미 세상사 인심을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가난하면 자신의 능력이나 성실성은 따지지 않고 조상이든 세상의 구조든 탓하게 마련이다. 그러지 않기는 사실상 어렵다. 여기까지는 그저 평범하다. 부유한 사람이 교만하지 않기는 쉽다? 기막힌 말이다. 어느 부자가 길에서 호떡이나 오뎅을 사먹으면 그 사람을 서민적이라고 칭찬한다. 교만하다고 욕하지 않는다. 부자가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기는 누워서 떡먹기보다 쉬운 일이다. 가진 돈에 비해 지출금액도 적고 칭찬도 받는다. 세상의 인심이 그렇다.데스테노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보다 남을 더 쉽게 믿는다. 타인의 협력과 선의(善意)가 있어야 원하는 자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일 자신의 등을 긁기 위해 오늘 다른 사람의 등을 긁어주는 식이다. 반면 부와 권력을 얻으면 사람은 수시로 말을 바꾸고 대범해진다. 그렇게 해도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런 염치가 없다.” 뉘앙스는 조금 다르지만 가난한 자와 부자의 생각과 행동양식을 적나라하게 꿰뚫어보고 있다. 부자들보다 남의 말을 더 쉽게 믿는 가난한 사람들은 그래서 늘 가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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