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간통의 비용은 얼마일까?개인의 자기 성적결정권과 사생활을 국가가 개입하거나 형사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가 62년만인 2015년 간통죄를 폐지했을 때, 특히 현재진행형으로 간통 중에 있던 많은 상간녀(서로 간통 중인 남녀)들이 불안감에서 탈출한 것을 넘어 ‘이제야 제대로 된 세상이 왔다’라며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헌법재판소와 국회가 시대의 변화와 인간의 가치를 제대로 읽었다고 하면서 늘 국회의원 욕을 하던 이들이 모처럼 국회의원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짐짓 본인은 간통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처럼 표정관리를 하면서, 한 술 더 떠서 술자리에서는 세계에서 간통죄가 존재하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뿐이라고 열변을 토할 때는 그래도 좋았다.  거기다가 때마침 90년대부터 한국사회에 진출했다는 <성개방시대>가 도와주었고, 때로는 본능적 욕구 핑계를 대고, 어떤 때는 한 사람이 두 사람을 사랑할 수도 있다는 이론을 내세우면서 능력이 있거나 재수가 좋거나 하여 적잖게혜택을 누렸지만 기실 마음속으로는 간통죄라는 법이 두렵고 무서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 간통죄가 역사에서 퇴출당하다니 그 얼마나 기쁘지 않겠는가?  그런데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었다. 상황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었다. 감방 갈 일이 없다고 안심하고 간통을 하다가 상간 남,녀의 배우자에게 들켰는데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들어온 것이다. 이른바 혼인파탄에 따른 위자료 명목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었다. 민사소송의 대상이 된 것이다. 간통이 무슨 부동산이나 동산(動産)도 아닌데 민사소송이 들어오다니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간통남녀의 배우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고 가정을 파탄시켰으니 그에 대한 배상을 돈으로 달라는 것이었다.   사실은 간통죄 폐지 이전에도 여러 가지 요건에 따라 실제로 감옥소에 간 비율은 20%에 밖에 안 되고 80%가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는데 말이다. 감방이든 집행유예든, 돈으로 배상하든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지만 간통죄가 폐지에 따라 이제 내 세상이 온 것처럼 환영할 일만은 아니었다. 돈을 배상하라니. 매춘을 한 것도 아닌데 돈을 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나름대로 순수한 사랑의 산물이라고 생각했던 간통 남녀들의 충격은 더 컸다. 세상에 만만한 게 없다.  그러면 간통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걸리면 얼마를 배상해야 할까? 어느 쪽이 먼저 유혹했느냐와 간통의 기간, 횟수, 장소 등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천 내지 1천 5백만원 선이다. 소송의 당사자는 대체로 2천 내지 3천만원을 요구하지만 조정절차나 판결에서는 대부분 1천 5백만원정도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이혼을 전제로 소송하는 경우는 배상금이 더 올라간다. 고통의 강도나 진정성에서 차원이 다르다는 판단에서다. 이혼을 하지 않고 그대로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손해배상을 하는 경우와는 확실히 다르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혼도 하지 않고 배우자의 간통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배상금을 받고 그대로 사는 경우와는 다를 것이다. 드물지만 배상금을 노리고 배우자의 동의와 함께 사업(?)을 하는 예도 배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주에서 있었던 일로 어느 변호사에게 들었다. A씨는 부인의 친구 B여인과붙어먹다가 B여인의 남편에게 들켰다. B여인의 남편은 A씨를 상대로 가정파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정까지 가면 소문이 날 가능성이 많고 비용도 더 든다는 변호사의 권유에 따라 1천 5백만원을 받고 조정에 합의했다. A씨 부부는 이혼을 하지 않고 지금도 부인과 함께 살고 있다. 이불속 일은 알 수 없지만..... 간통사실이 들통 났지만 그대로 이해하거나 용서하고 같이 사는 경우도 많지만 소송을 하더라도 조정절차에서 합의하고 또 그대로 사는 경우도 많은 게 현실이다.   그만큼 현실적으로 이혼하는 게 힘들다. 위 A씨의 경우 간통으로 1천 5백만원을 물어 준 게 너무 괘심하거나 억울하여 자기 부인을 설득하거나 혹은 결탁하여 자기 부인이 또 B여인을 상대로 소송을 건다면 어떻게 될까? 역시 합의금을 받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간통이 들통나거나 소송 직전 합의된 경우 부부는 어떨게 될까? 대부분 그대로 함께 산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생각으로 함께 사는 지는 본인들만이 알 뿐이다. 현실이 그러하다.  그러면 간통에 있어서 손해배상 금액을 산정하는 판단의 기준에 상간 남녀의 미모나 교양, 학력, 사회적 배경 등은 어느 정도 관계가 있을까? 결론은 거의 관계가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원은 남녀의 관계로 볼 뿐이지 그 외의 요소는 참고하지 않는다.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현재까지 미모도 교양도 학력도 상관없다. 간통에서는 인간으로서 평등하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보다 합의금이 더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간통으로 인한 배상금이 너무 적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다. 앞으로 얼마나 상향조정이 될지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간통을 하다가 걸리면 감옥은 가지 않지만 돈으로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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