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협 동인간은 코뿔소처럼 두꺼운 가죽도 없고 치타처럼 빠르지도 않고 새처럼 날 수도 없고 물고기처럼 빠르게 헤엄칠 수도 없는데 어떻게 살아남아 만물의 영장까지 되었을까? 인간은 처음에는 다른 동물처럼 들판에서 살았는데 호랑이와 사자, 곰 등의 맹수들에게 많이 잡아먹히게 되자 맹수들을 피하기 위해 주로 나무 위에서 살았다는 게 고대 인류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게 수 십 만년을 나무에서 살다가 내려와 직립보행을 하면서 앞발을 주로 도구를 만드는 손으로 사용하면서 이로 인해 점차 지능이 높아지고 종국에는 다른 동물을 제압하게 되었다고 한다. 곧 힘이 약한 인간이 맹수를 이기게 된 이유는 도구의 사용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도구만 있으면 될까? 아니다. 협동을 해야 인간보다 힘이 센 동물을 이길 수 있다. 사자나 늑대도 사냥을 할 때 협동을 하지만 아직까지 도구는 사용할 줄 모른다. 인간은 도구와 협동 둘 다 사용할 줄 알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 되었고 또 이 만큼의 문명을 누리고 산다는 게 관련 학자들의 대체적인 이야기다. 생물학자들은 인류가 영속한 이유가 일찍이 인간은 근친상간의 폐해를 알고 이를 피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측면의 관찰이지만 사실이다. 근친상간을 이어가면 결국에는 모두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인류가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주장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인류의 생존은 도구와 협동, 근친상간 금지 덕분에 살아남았을까? 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도구와 협동이 없었다면 인간은 맹수들에게 모두 잡아 먹혔고 근친상간을 피하지 않았다면 인간은 벌써 멸종됐다.협동하면 시너지(Synergy)효과가 나타난다.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개체가 힘을 합하면 각자가 지닌 힘 이상의 효과가 나타난다. 두께 2인치, 폭 4인치의 각목 하나가 지탱할 수 있는 최대 하중은 167kg으로 두 개가 따로 사용되면 334kg이지만 두 개의 각목을 접착제로 붙이거나 못을 박아서 사용하면 최대 하중이 2,212kg이 되어 무려 6.6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고 한다. 기러기는 왜 V자 모양으로 편대를 유지하면서 날아갈까? 앞에 날아가는 동료 기러기의 공기 저항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 7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뒤에 날아가는 기러기는 또 꾸욱꾸욱 하면서 앞에 가는 동료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단다. 그러다가 앞에 날던 동료가 지치면 뒤에 따라가던 동료와 교대한다. 서로 협동하는 전형적인 예다. *동물해부학자였던 아리스토텔레스(BC384-322)는 맨 앞에 날아가는 기러기가 우두머리로서 늘 앞에 날아간다고 했으나 갈릴레이(1564-1642)가 망원경을 발명하면서 우연히 날아가는 기러기를 관찰하다가 서로 위치를 서로 바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두 손바닥이 맞아야 소리가 난다’는 우리 속담이 가리키듯이 협동이야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 싶다. 이미 우리는 여러 면에서 협동을 통하여 살아가고 있지만 새삼스럽게 협동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