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폐지 줍는 할머니와 통닭
‘경주폐지노인돕기후원회’가 있다. 올해 5월 구성된 폐지노인들을 돕기 위해 뜻있는 시민들 30여명으로 구성된 임의단체다. 따라서 조직적이거나 일관된 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구성원들이 작은 성금을 모아 나름대로 폐지노인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을 정도다. 앞으로 활동 방향성에 대해서는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따로 정할 예정으로 있다. 현재까지는 단편적이고 일회성 활동에 머물고 있는 게 사실이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지만 아마 나의 뇌리에서 평생을 잊지 못할 것이다. 어느 후배가 통닭집을 개업했다기에 갔다. 그런데 그 집은 통통한 통닭을 파는 게 아니고 어디서 가져오는지 비쩍 마른 통닭을 팔고 있었다. 그 대신 한 마리에 6천원. 아마 술안주용인 것 같았다.두 마리를 사서 집 앞에까지 도착했는데 허리가 80도 정도 기울어진 할머니 한 분이 손수레로 폐지를 줍고 있었다. 불쌍한 생각이 들어 통닭 한 마리를 꺼내 할머니께 드렸다.“할머니, 이거 집에 가져가서 잡수소”“이게 뭔데요?”“통닭 아닙니까?”“통닭이라고요? 아이고 고맙심더. 내사 이런 거 평생 처음 묵어본다”할머니와 대화 내용이다.순간 나는 충격을 받았다. 70평생을 넘게 살 동안 통닭을 처음 먹어 본다니.....이런 일이 있다니.....나도 가난하지만 일평생 통닭 수백 마리는 먹었을 텐데.‘경주폐지노인돕기후원회’는 현재까지 체계적인 활동계획을 세워놓고 있지 않다. 회원들이 작은 성금이라도 낸다면 동네별로 폐지노인 몇 분들을 모아 소고기든 삼겹살이든 통닭이든 간에 식당에 모셔서 일평생 처음인지도 모를 맛있는 음식을 실컷 드시게 하는 게 우선 1차적인 목표다. 언제 죽어서 저승에 가더라도 고기 실컷 먹었다고 자랑할 수 있도록 말이다.흔히 형편이 어렵거나 미래가 불투명한 사회적 약자에게 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것마저도 이들에겐 사치에 불과하다. 곧 죽을 판인데 고기 잡는 방법이 다 무슨 소용인가. 고기 잡을 힘도 없다. 이미 삶에 찌들고 지쳤다.일모도원(日暮途遠)-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다. 폐지노인들은 대부분 연로하고 각종 질환을 앓고 있다. 언제 세상을 하직할지 알 수 없다. 지원금을 주거나 안전대책을 세워주거나 한들 한 몸 죽어버리면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살아생전에 맛있는 거 한번이라도 실컷 먹어보도록 하는 것이 훨씬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후원계좌:농협 351-1077-6761-93 경주폐지노인돕기후원회. 010-6514-7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