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사랑과 돈이 싸우면?어느 선배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 내용이 흥미롭고 충격적이다.K씨가 고등학교 다닐 때 이야기란다. 우연히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을 만났는데 당시 여인숙에서 열흘 정도 함께 지내며 사랑(?)을 불태웠다고. 몇 년쯤 뒤에 다른 도시에서 기적처럼 또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다. 파울로 코엘류의 소설 『11분』에 나오는 장면 같은 폭포수 같은 사랑을 몇 년 동안 또 뜨겁게 사랑을 불태운 것은 물론이다. 소년에서 청년시절을 사는 동안 말 그대로 황홀경 같은 세월을 보냈단다. 여자를 서울에서 또 만났다. 둘은 사랑(?)을 하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남녀가 육체를 통해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쾌락과 환희를 다 느껴보았단다. 둘은 서로 간에 완전히 길들여졌고 익숙해졌다. 적어도 몸은 완전히 일치했다. 형편상 결혼은 하지 못하고 여자는 서울에서 가정을 꾸렸고 K씨는 경주에서 살았다.  첫 번째 신기한 일. 서울에 살고 있던 여자는 명절만 되면 반드시 K씨에게 놀러 와서 며칠 동안 함께 지내다가 올라간단다. 현실이 아닌 꿈속에서 말이다. 며칠 동안 둘은 여기저기 놀러 다니기도 하고 꿈속에서 사랑을 나누기도 했단다. 몸은 비록 서울에 두고 있지만 여자의 영혼이 K씨가 있는 경주에 내려온 것이다. 신기한 것은 비록 꿈속이지만 현실처럼 육체적 관계를 통해 사랑을 불태우기는 옛날과 똑 같다는 것이다. 미국판 순애보 영화 『사랑과 영혼』의 샘(페트릭 스웨이지 역)이 몰리(데비 무어 역)를 만나듯이 말이다. 두 번째 신기한 일. 어느 해부터는 명절이 되어도 꿈에 나타나지 않기에 수소문하여 알아봤더니 여자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전화번호가 바뀌었더란다. 전화번호를 알아 연락하면서 또 진짜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한국과 미국에서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이루어지는 폰 섹스였다. 여자는 후에 암에 걸렸는데 투병 중에도 여자와 K씨는 시차 14시간을 두고 폰으로 육체적 사랑을 나누었단다. 현실세계에서 있었던 거와 똑 같은 감정과 느낌으로 말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하나님께 죄를 짓는데. 그렇지만 난 K씨에게 안긴 채로 죽고 싶어....”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여자의 말이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단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연락이 두절되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여자가 죽었다고 했다. 날짜를 계산해보니 죽기 전날까지 폰 섹스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후로는 지금까지 한 번도 꿈에 나타나지 않는단다. 여자의 영혼이 다른 세계에 안착을 했는지, 아니면 몸이 세상을 떠나면 쾌락의 추억도 사라지는지 알 수 없는 일이란다.  여자가 죽기 직전 병상을 지켰던 남편과 자식이 죽기 전날까지 한국의 K씨와 영혼으로 사랑을 주고받았던 사실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알 수 없지만 만일 알고도 이해를 하고 받아들였다면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한 장면, 자식들이 돌아가신 어머니(프란체스카. 메릴 스트립 역)의 일기를 보는 장면이 연상된다.몸은 이다지도 질기고 모질고 끈끈한가?흔히 영혼의 위대함을 읊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부분 범부(凡夫)들의 삶은 실질적으로 몸이 지배한다면 틀린 말일까? 세포에 각인되어 있는 기억과 습관이 사람들의 정신을 지배하는 게 현실이 아닐까? 세계적인 석학 리차드 도킨스(1941∼)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무엇이 생각을 지배하는가? 몸속의 세포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우리 몸은 실상 세포의 지시로 움직이는 껍데기일 뿐이고 세포의 결정에 따라 몸이 반응할 뿐이다.’ 세포의 작용이 곧 인간의 사고이고 삶이라는 주장이다.역시 들은 이야기 또 하나. 황성동 H아파트에 사는 어느 남편이 바람을 피우다가 그만 아내에게 들켰다. 아내는 평소 남편이 자기가 아닌 다른 여자와 몸을 섞는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어서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부터 아내는 무려 5년 넘게 남편과 잠자리가 성립되지 않았다고 한다. 몸이 전혀 반응하지 않아서 잠자리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남편이 반성을 하고, 아내는 또 남자니까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으로 남편을 용서했지만 몸이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아 고생했다는 이야기다. 다행히 5년이 지나서야 마음이 열리면서 몸도 열리더라는 줄거리다. 몸이 그만큼 질기고 어떤 면에서 무섭기도 하다.‘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속담의 본뜻은 무엇일까? 부부간에는 쉽게 화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쉽게 화해할 수 있을까? 운우(雲雨)의 정(情)으로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이 아닌가? 잠자리를 하고 나면 싸웠던 일이 민망스럽고 시시해 지기 마련이다. 몸, 즉 세포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은 물론 ‘안전’이다. 살아남는 것이다. 그 다음이 쾌락이라는 게 정설이다. 흔한 말로 세포는 힘들고 고단한 것을 싫어하고 반면에 즐겁고 편하고 달콤한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술과 담배, 마약, 쾌락 등이다. 몸은 서있는 것보다 앉는 것을, 앉는 것보다 눕는 것을 좋아한단다. 몸, 즉 세포는 힘드는 것을 싫어한단다. 우리는 쾌락과 편함을 즐기는 세포라는 악마를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포에게 지거나 속지 않기 위해 하는 게 공부고 수양이다. 인생은 쾌락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그런데 쾌락에 탐닉한 사랑과 돈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돈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사랑도 쾌락도 돈이 없으면 지루해지고 짜증나게 마련이다. ‘가난이 앞문으로 오면 사랑은 뒷문으로 도망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ㅎㅎ 돈이 없으면 사랑할 자격도 없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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