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능성 없는 이야기고래(古來)로 대개의 국가는 최고 통수권자에게 통수권의 하나로 사면권과 세금 감면권이 있다. 조선의 왕도 그렇고 현재의 대통령도 그렇다. 국가를 다스리는 권력의 수단으로 보편적으로 인정된다. 이를 통하여 민심을 통합하고 국가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다.  때로는 통수권자의 관용과 자애로운 이미지를 위해 이용되기도 한다. 세금을 내야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세금을 깍아주는 것보다 반가운 게 없다. 또 죄를 지어 감옥살이 하는 사람에게 죄를 사(赦)하여 용서해 주는 것보다 좋은 게 없다.그런데 통수권자는 가끔 죄를 용서하여 풀어주기는 하지만 세금을 깍아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감면해 준다 해도 아주 조금으로 생색만 낸다. 그만큼 국가도 돈에 욕심이 많다. 어쩌다가 유예해 주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다 내야한다. 경주 지진이 났을 때 피해 가정마다 1백만원씩 지원금을 주었지만 부가세나 재산세를 감면해 주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여기저기서 세금을 깍아달라는 목소리가 넘쳐나기 때문이다.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경주의 1년 예산이 얼마라고 하면서 마치 예산이 많은 게 자랑인 것처럼 언론에서 떠든다. 전년 대비 몇 %가 증액되었다면서 말이다. 이상하지 않는가? 예산이 증액되었다는 것은 시민들이 내는 세금이 오른다는 이야기와 같은데 언론에서는 마치 시민들이 기뻐해야 일인 것처럼 논조를 전개한다.  마치 예산이 많으면 시민들이 자긍심이 높아지는 것처럼 착시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고래(古來), 어느 나라를 불구하고 세금은 백성의 고통이었는데도 말이다. 즉,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많을수록 백성의 고통은 늘어난다.경주시의 한해 예산은 1조 3천억원 정도. 재정자립도가 20% 정도라고 보면 순수하게 시민들이 내야 하는 지방세는 2천 6백억원. 경주시 인구가 26만명이니 1인당 1년에 10만원 가량을 경주시에 세금으로 내야한다. 4인 가족이면 1년에 40만원 정도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지방세는 주로 재산세와 자동차세, 주민세, 담배소비세, 기타 세외수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주시는 이 돈으로 공무원 월급주고 시 재산을 관리하고 필요한 사업을 실시한다.국가든 지방자치단체의 속성은 세금을 끌어 모아 돈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게 끗발이고 권력이다. 경기가 나빠 소득이 줄었는데도 세금은 늘 오른다. 가계에서는 그렇지 않고 반대다. 소득이 줄면 지출을 줄이는 데 반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분명히 경기가 좋지 않아 소득이 줄었는데도 세금은 올린다. 어느 나라 어느 도시 할 것 없이 대부분 다 그렇다.경주시는 지금쯤 내년도 예산을 편성하고 있을 것이다. 10월 시의회 정기회에 승인을 받기 위해 올릴 것이다. 분명히 올해 예산보다 늘어난 금액일 것이다. 예산 많은 게 자랑이 아니다. 그만큼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사회가 복잡다단해 지면서 그만큼 돈 쓸 일도 많아졌다는 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불요불급한 예산을 없애는 일이 시급하다.경주시가 내년도 예산을 동결하든지 아니면 올해 예산보다 적게 편성하여 시민들의 세금 부담을 들어주면 안 될까? 만일 그렇게 되면 전국적으로 유명한 도시가 될 것이다. 세금을 깍아 주는 도시로 말이다. 세금과 예산은 해마다 올라야 된다는 사고에서 과감하게 탈피할 수 있어야 한다. 소득이 줄고 있는데 세금은 반드시 올려야 한다? 이를 가렴주구(苛斂誅求)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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