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폭 11.5m 줄이고 차로수 축소…유림숲 보존 고려한 대안
주민대책위 “시간 갖고 검토”…즉각 수용은 보류
형산강 우회도로 필요, 준공 일정도 지연 불가피
경주시가 유림지하차도 공사를 둘러싼 주민들의 반발에 대응해 기존 왕복 6차선 계획을 왕복 4차선으로 축소하는 변경안을 제시했지만, 주민대책위원회는 해당 안에 대한 수용을 일단 보류하고 의견 수렴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경주시의 유림지하차도 구조개선사업은 황성철교 하단을 지나는 도로 구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침수 문제를 해소하고자 약 540m 구간에 걸쳐 6차선 직선도로를 신설하는 내용이다. 2024년 2월 공사가 시작됐지만, 인근 아파트 주민들과 유림 향우회, 시민사회단체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같은 달 공사는 중단됐다.
이후 약 4개월간 중단 상태가 이어진 가운데, 경주시는 지난 12일 유림숲지키기 주민대책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구조변경 검토안을 공식 제안했다. 경주시가 제시한 변경안의 핵심은 왕복 6차선에서 4차선으로 축소하고, 차로 폭도 기존 3.5m에서 3.25m로 줄여 전체 도로폭을 28.5m에서 17m로 축소하는 것이다.
이는 유림숲 녹지 훼손을 최소화하고, 도로와 인접한 아파트 단지(e편한세상)와의 이격거리를 늘려 주민들의 거주환경 영향을 줄이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경주시는 이 방안을 사실상 최종검토안으로 보고, 주민들의 수용을 요청한 상황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응은 신중했다. 유림숲지키기 주민대책위는 지난 15일 일요일 모임을 열고 경주시가 제시한 검토안에 대해 논의한 결과, 즉각적인 수용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더 많은 주민 의견을 수렴한 후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주민설명회와 서명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의 의견을 다시 듣고 나서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경주시의 안이 충분한 대안인지, 유림숲 보존과 주민 안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주시 역시 이번 변경안이 도로기능 저하, 임시 우회도로 개설 등 추가적인 문제를 동반함을 인정하고 있다. 4차선 축소로 인해 주행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형산강 둔치 구간에 차량을 우회시키는 도로가 새로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또한 당초 올해 말 완공 예정이던 공사 일정 역시 불가피하게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유림지하차도 구조개선 사업은 단순한 도로 확장 차원을 넘어, 시민 생활환경, 도시녹지 보존, 지역교통 효율성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사안이다. 경주시의 최종 대안이 주민과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여부는 향후 대책위의 최종 결정에 달려 있다.
이번 논의 결과는 단순한 도로정책을 넘어, 지역 개발과 환경 보존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주민들이 환경과 삶의 질을 강조하며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경주시도 단순한 공공시설 설치를 넘어선 사회적 합의 과정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지가 중요 과제가 되고 있다.
주민대책위는 오는 주말 추가적인 회의와 주민 의견 청취를 거쳐, 빠르면 이달 중 경주시 변경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갈등의 실마리가 풀릴지, 아니면 또 다른 조정 국면이 시작될지는 그 결과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