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 ‘폐지줍는 노인’폐품 수거로 도시환경 정비에 기여시민의 구성원-관심과 애정 기울여야설상가상 폐지가격 폭락으로 ‘울상’전국에 175만명, 한국에만 있는 현상하루 4~6천원 불과 도움은 싫다 내가 벌어 산다 자긍심폐지와 폐품 등의 재활용품을 수거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이하 폐지노인이라 부름)들의 생활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사실은 <경주폐지노인돕기후원회>가 경주시 복지지원과와 협의하여 6월 20일부터 7월 말까지 40일 동안 경주시 전역에서 폐지나 재활용품을 주워 생활비를 버는 폐지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 전수조사에서 밝혀졌다. 폐지노인들에 대한 자료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실태조사는 일반시민 중에서 후원회 소속 회원 17명이 각 지역별로 분담하여 직접 당사자를 만나 질문하는 설문 형태로 이루어졌다. 조사 대상자는 137명이었다. 전문가가 아닌 관심 있는 시민들이 참여한 조사로 과학적 충실도나 한계가 있을 수 있고, 또 100% 전수조사 됐다고 보기는 어려워 통계적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또 일부 다른 소득이 있는 대상자는 세금이 부과될까 하는 염려로 설문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었고, 일부는 자식에게 해(害)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여 역시 조사가 불가능하였다. 몇몇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사는 시민들이 직접 조사에 참여함으로써 진정성을 제고할 수 있었고, 우리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폐지노인들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조사는 경주시 관내 폐지나 고철 등의 재활용품을 수거하여 생계에 보탬이 되거나 유지하는 인구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하여 이들에 대한 복지정책을 제시하고 나아가 향후 시민·기관단체가 노인복지 정책의 수립 및 후원을 위한 정책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데다 폐지노인들에게는 경주시와 시민들이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시민의 구성원이라는 자긍심을 심어주었다는 기대효과 차원에서 실시되었다.<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실상을 대략적으로 살펴본다>11개 동과 12개 읍·면별 숫자별로 유형을 살펴보면 우선 읍·면보다 시내의 동(洞)에 거주하는 폐지노인이 월등히 많았다. 이번에 조사된 137명 가운데 116명(84%)이 동 지역에 주소를 두고 있다. 읍면 지역에는 재활용품이 비교적 적다는 이유도 있지만 수거범위가 광범위하여 손수레나 리어카를 이용하는 폐지노인들이 수거에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읍·면지역 폐지노인들은 해당 읍·면 소재지에서만 수거하는 반면, 다른 지역에는 대부분 트럭을 이용하여 기업형으로 운영하는 업자가 자연부락 단위를 훑으며 싹쓸이 하고 있었다. 감포, 외동 서면, 강동, 천북 등의 예가 그러하다. 동 지역의 경우도 주거형태에 따라 달랐다. 아파트가 밀집한 황성동과 선도동에는 폐지노인이 적은 반면 독립주택과 소규모 다세대 주택이 많은 중부동과 동천·황오·황남에 거주하는 폐지노인들이 78명으로 과반이 넘는 57%를 차지했다. 노인인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도 있지만 빈곤층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주거형태별로 보면 137명 중에서 102명으로 74%가 독립주택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독립주택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옛날부터 터를 잡고 살아 온 작은 기와집으로 고가(高價)의 주택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 외에는 전세 아파트는 2명뿐이고 나머지 34명, 24%는 월세방에 살고 있어 주거환경이 대체로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자 사는 경우가 40%에 이르렀고 노부부 가정은 26%,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는 36%였다. 연령별로는 60대가 65명, 47%로 나타나 절반을 조금 밑돌았고, 다음이 70대 27명으로 20%, 50대가 23명에 17%로 50대 이상이 115명으로 84%의 분포를 보였고 80대도 15명으로 전체의 10%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머지 7명은 30대와 40대로 이들은 대부분 트럭을 몰고 새벽부터 각 읍·면·동의 재활용품을 싹쓸이 하는 기업형 재활용품 사업자로 보여진다. 폐지노인들이 어떤 지병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설문도 이루어졌는데 예상대로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대상자들이 가장 많았고, 고혈압과 당뇨약을 상시 복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인공관절과 암 수술 전력이 있는 대상자도 상당수 있어서 전반적으로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별 지병 없이 운동 삼아 폐지를 줍는 사람도 몇몇 있었다. 달리 운동할 필요 없이 폐지를 줍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하는 경우였다. 문제는 수입이었다. 폐지 등 재활용품을 수거하여 고물상에 내다팔아 이들이 버는 수입은 대부분 하루에 4~6천원이 대부분이다(137명 중 121명으로 88%). 손수레를 이용하여 거주지 주변에서 수거하는 할머니들의 경우는 하루 수입이 3천원 정도에 그쳤고 리어카를 몰고 동네 단위로 수거하는 경우도 평균 2만 5천원 정도로 3만원을 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트럭으로 새벽부터 시내 전역을 활동범위로 수거하는 경우도 말은 기업형이라고 하지만 하루 수입은 7만원 내외로 한달 200만원을 밑돌아 노동량을 감안하면 그리 많지 않은 수입이었다. 폐지노인들의 가장 큰 수입은 노령연금이 가장 큰 수입원. 조사 대상자의 82%에 가까운 112명이 매달 25만원 내외의 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수입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대상자도 8명이었다. 1급 장애인연금 60만원을 받는 경우도 한 명이 있었다. 기초수급자도 일부 있었지만 문제는 기초수급자나 노령연금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도 몇몇 있는 것으로 조사되어 안타까운 현실을 노정하고 있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자 조항 때문이다. 황오동에서 월세방에 사는 김 모(여.52세)씨의 경우 남편은 뇌졸중으로 몸져 누워있어서 수시로 간병과 함께 식사를 챙겨야 하기 때문에 다른 노동을 할 엄두도 못내는 데도 나이 때문에 아무런 복지혜택을 받을 수 없는 딱한 사정이었다. 친정에서 쌀과 된장은 보내준다지만 폐지를 주워 버는 15만원으로는 남편 약값도 마련하기 어려운 형편. 스무살 아들도 병치레를 하고 있었다. 동사무소에 가서 딱한 형편을 이야기했더니 20Kg짜리 쌀 한 포대를 주더라는 슬픈 이야기를 했다. 사실이지만 하루 세끼 식사를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적었다. 경주시 관내 네 군데에 있는 무로급식소를 찾아다니며 때우는 점심 한끼로 하루 식사를 대신하는 노인들이 많았다. 쌀이 없어서 밥을 짓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지만 거동조차 불편한데다 혼자 사는 노인의 경우 밥을 짓는 일 자체가 귀찮기도 하여 폐지도 주울 겸 무료급식소에 가서 끼니를 해결하는 예가 많았다. 상당수는 코오롱산악회 등 사설 봉사단체들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점심봉사를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었다. 그러나 이들 폐지노인들의 자립심은 매우 강한 편이다. 남에게 신세지는 것을 싫어한다. 대체로 <내가 벌어 내가 먹고 산다>는 신념이 강했다. 특별한 긍지나 자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남에게 구걸하지 않는다는 자긍심은 강한 편이었다. 비록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비겁하게 살거나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산다는 생각이 뚜렷했다.  폐지의 가격이 문제다. 재활용품 수거의 90%가 폐지. 고철이 4%, 플라스틱이 6% 가량으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폐지의 가격이 Kg당 60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 6월 20일부터 45원으로 25%나 폭락하면서 이들의 수입 역시 크게 감소하여 설상가상으로 폐지노인들의 생활은 더욱 곤궁한 처지가 되었다. 고철 값 역시 현재 Kg당 200원 수준으로 한 때 500원씩 하던 때와 비교하면 폭락한 것은 마찬가지다. 고물상 역시 어렵기는 다르지 않았다. 오래 전부터 고물상으로 돈을 벌어 부자가 된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매출에 따른 세금. 폐지노인들에게 매입자료를 발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탓에 면세혜택을 거의 볼 수 없는 형편이다. 고물상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확대한다는 말도 있지만 시행이 되지 않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폐지와 고철가격이 오르기를 고대하고 있는 형편이다. 종교의 유무(有無)에 대한 항목은 실시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한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아울러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게 이번 조사에서 도출된 결과다. 한편 이번 조사는 노인복지법(법률 제15442호) 제4조(노인복지증진의 책임), 제5조(노인싱태조사)와 김순옥(자유한국당. 비례)의원이 대표발의하여 제238회 경주시의회 제2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통과된‘경주시 재활용품 수집 노인 및 장애인의 지원에 관한 조례안(2018.12.20.)’에 근거하여 실시되었다.최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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