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너무 잘 살고 비인간적인…Jtbc <차이나는 킅라스> 김누리 교수의 2편 강의에서 새터민들이 공통적으로 남한 사회에서 놀라는 두 가지가 ▲남한 사람들은 너무 잘 산다 ▲남한 사람들은 너무나 비인간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깜짝 놀랐다.
우리가 너무 비인간적이라고? 우리가 그렇게까지 비인간적이었나? 남한 사람들이 솔직하지 못하고 늘 복심(腹心)을 깔고 잔머리 굴린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가? 험한 세상 살아남으려면 여간 신경 쓰서 될 일이 아닌 것은 익히 알지만 비인간적일 정도로 그렇게 심했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데 말이다. 새터민들에게 그렇게 보였다면 일견 타당성이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하기야 우리가 사는 세상 처처에 사기꾼이 널려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소고발이 우리나라가 아니던가? 그 중에 가장 많은 게 사기사건이라니 그럴 만도 하다. 하루하루 무사히 넘기려면 매일 얼마나 많은 잔머리를 굴려야 하는지 우리 스스로 알고 있다. 본심을 숨기고 그럴듯한 속임수를 써야 하는 일이 하루에 몇 번인지 모른다. 체면과 위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럴듯한 위선과 거짓말로 포장해야 한다.
마음에 없는 말을 매일 몇 번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아닌 줄 알면서도 말이다.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데도 하루에도 몇 번씩 거짓과 위선으로 나를 포장해야 한다. 내가 알기로는 미국과 같은 대부분의 선진국이나 네팔과 같은 후진국 사람들은 솔직하고 즐겁고 재미있게 산다. 적어도 우리나라 보다는....
사회적 지위와 재산, 지식 등으로 서열을 확인하려고 하고, 그것도 안 되면 나이로 들이밀려고 한다. 스스로 약점이 될 만한 이야기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내 약점으로 상대의 우월성을 확인해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저녁 술자리 이후 다음날 일어나서 “아, 어제는 참 즐거웠다.”라고 느낄 때가 사실은 별로 없다. 안 내도 되는 술값까지 덤튀기 썼다면 기분이 더럽기까지 하다. 솔직해 진다는 술자리에서조차 이렇다면 맨 정신 때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어느 친구는 술자리를 만드는 원칙으로 ‘재밌거나 편하거나 유익하거나’를 정해놓고 엄격히 따진다. 현명한 친구다. 이해가 된다. 새터민이 남한 사람들을 두고 비인간적이라는 평하는 이유로 나는 남한 사람들이 ‘솔직하지 못하다’는 이유를 든다. 그렇다. 솔직하지 못하다. 체면과 위신 때문이 많지만 솔직해서 득볼 게 없다는 이유도 있다. 그저 피상적인 이야기 내지 자기 합리화와 과장으로 자리를 이어간다. 솔직하지 못하면 재미가 없다. 쪽 팔리게 새터민들에게 비인간적이라는 소리를 들어서야 되겠나. 인간적이려면 우선 솔직하고 정직해야 한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1990년대 이전에는 새터민을 귀순자로 불렀다. 귀순자가 부정적이라 하여 1990년대 이후 탈북자로 부르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는 새터민(새로운 터전에서 온 사람)으로 부른다. 법률적 공식 명칭은 ‘북한이탈주민’이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새터민은 남 111명, 여성 697명을 합쳐 1042명이다. 한해에 보통 1천 내지 1천 5백명의 새터민이 새로 생긴다. 이 중 여성 새터민이 75% 가량이다. 전체 새터민은 남자 9104명, 여성이 2만 3043명, 합쳐서 32147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