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이보다 좋을 순 없다’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억세게도 관운이 좋은 사람을 꼽으라면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단연 앞선다. 교수, 국회의원(3선. 춘천), 상공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 외교관(주미 대사),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 국무총리를 지냈으니 대통령 빼고 좋다는 자리는 다 거쳤다. 국무총리로 지명된 직후 어느 기자가 물었다. “여러 관직을 다 해봤는데 뭐가 제일 좋았습니까?” “국회의원이지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무엇이 그다지도 좋을까? 매달 1,619만원(제 수당 포함)의 세비에 연간 1억 5천만원(2019년도 국회의원 평균)의 후원회비를 받아서일까? 비행기와 기차, KTX 특등 칸을 무료로 탈 수 있어서 그럴까? 1년에 두 번 무료 해외시찰과 함께 해외공간의 의전을 받기 때문일까? 관련 상임위 공무원과 기업들의 로비를 받을 수 있어서일까? 시장과 시·도의원의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 때문일까? 단 하루라도 국회의원을 지내면 죽을 때까지 연금을 받는 혜택 때문일까? 10명 가까운 보좌진의 조력을 받을 수 있어서일까? 회기 중에 하는 모든 발언에 대한 면책특권 때문일가?
한승수 전 총리에 의하면 그게 아니란다. 여러 혜택과 특권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일 뿐이고 정말 매력 있는 것은 ‘권리만 있고 책임은 없다’는 것이란다. 교수든 장관이든 모든 직책은 임면권자에 대해 눈치를 살펴야 하고 책임과 실적에 대한 평가에 신경을 써야 되지만 국회의원에게는 그런 게 없다. 유권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그리 어려운 게 아니라고. 세상에 권리만 있고 책임은 없는 직업이 있다니 얼마나 좋을까 싶다. 그게 국회의원이다.
경주에서도 역대 많은 국회의원이 있었다. 희대의 악인이라는 이협우가 3선을 지내기도 했다. 청도출신 박권흠, 박숙현 의원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에도 없다. 건천 IC와 경주-감포간 도로를 확장하고 시내와 철도관사를 연결하는 고가도로를 만들었던 황윤기 의원이 그립다.
국회의원이 지역을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권력에 취해 대우 받기와 놀기에 바쁘다. 행정자치부에서 전국 어디에다 다 주는 교부금을 갖고 왔다고 언론에 홍보하는 그런 거는 이제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 경주시가 각 부처에 호소하여 받아온 예산을 마치 국회의원이 받아온 것처럼 홍보하는 것도 믿지 말자.
국회의원이 자기 편 사람들을 모아놓고 의정발표회를 하기 전에 시민단체가 나서서 의정실적을 따져 묻는 자리라도 만들자. 그렇지 않으면 권력의 달콤한 맛에 길들여져 지역은 안중에도 없다. 국회의원에게 직접 들은 말이다. “국회의원이 되면 잠이 안 온다”고. 권력 부리는 맛에 사는데 잠잘 시간이 어딨느냐는 말이다. 잠 못 이루는 국회의원을 실컷 부려먹어야 한다.
며칠전 TV에서 뇌 전문가 김대식 교수가 말하기를 AI시대가 오더라도 확실하게 살아남는 직업 세 가지를 들었는데 첫째가 신부나 목사, 스님 등 성직자란다. 인간이 죽음을 해결할 수 없는 한 죽음을 전제로 먹고 사는 성직자는 어떻게든 존재할 것이라고. 두 번째가 화가와 조각가 등의 예술가. 아무리 AI 인공지능이라도 인간의 창조성과 영감을 기술적으로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란다. 그 다음이 국회의원. 국회의원은 자기들을 대체할 수 있는 법안에 절대로 찬성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국회의원은 AI 인공지능시대가 와도 걱정 할 게 없다. 대체법안에 반대하면 되니까.
91회 아카데미 남녀 주연상을 받았던 1997년작 잭 니콜슨 주연의 미국영화 `As Good As It Gets`의 영회제목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로 번역했는데 누가 했는지 기가 막힌다. I`v never been better. I can`t be better than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