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不患貧 不患均 (불환빈 불환균)‘백성들은 가난한 것을 근심하는 것이 아니라 공평하지 못함을 걱정 한다’‘백성들은 가난한 것에 분노하는 게 아니고 고르지 못한 것에 화를 낸다’
논어의 16편 계씨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공자가 제자 염구를 꾸짖으면서 한 문장인데 축약하여 쓰이는 말이다. 지난 총선 결과를 보면서 절실하게 와 닿았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어려움 속에서도 국가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한다는 정부의 의지와 실행력에 감동하고 공감한 때문에 집권 여당이 승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가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격고 있는 와중에서도 참고 견디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여당에 표를 몰아준 것 같다. 2천 5백년 전에 한 공자의 말이 지금도 인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논어>가 고전이 되어 전 세계에서 읽히고 있고 공자를 성인으로 받들고 모양이다.
백성들은 돈과 기회가 적어서 화를 내는 게 아니고 평등하지 못하는 데서 화를 낸다고 해석한다면 흔한 말로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한다는 뜻이다. 미래통합당에서는 가난과 불평등 때문에 국민들이 분노한다는 것을 잘 알고 전가의 보도처럼 선거전략으로 사용했지만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데에 실패했다. ‘국민경제가 폭망했으니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 조국을 살릴 것이냐, 경제를 살릴 것이냐’며 ‘경제가 파탄 났다. 조국을 봐라’며 국민들은 경제적으로 가난해졌고 기회는 공평하지 못하다고 국민정서를 자극하면서 표심을 자극했으나 유권자들은 이 말을 믿지 않았다. 경제가 어려워졌지만 국가를 믿고 참고 견디면 점점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에 표심을 실었다. 김종인도 이제 늙었는지 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다. ‘조국을 살릴 것이냐, 경제를 살릴 것이냐’는 생뚱한 구호로 재판 중에 있는 조국까지 끌어들여 유권자들의 심리를 이용했으나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것이다. 선거가 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점잖은 학자 출신치고는 전략이 좀 유치했다. 국민들을 우습게 본 것이다. 국민들이 분노할 줄로 기대했으나 국민들은 침착했다.
지역신문인 ‘남해신문’ 사장에서 이장, 군수를 거처 장관, 국회의원, 도지사에 이어 이번에도 양산에서 당선된 김두관 의원이 경남도지사 시절 ‘不患貧 不患均’이란 액자를 걸어놓고 있었다고 한다. 시대를 읽는 안목을 갖고 있었는지 모르지만 여하튼 고등학교 때부터 지녀온 좌우명이란다. 김두관 의원이 행자부 장관할 당시 인사실장을 지낸 경주출신 전충렬 씨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가 있다. 김 의원은 인물도 좋고 사람도 좋은데다 스케일도 크지만 머리가 잘 돌아가지 못하여 골치 아픈 업무가 있으면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늘상 “나는 골치 아파 모르겠으니 알아서 하시오”라고 하더란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조상신이 돕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여담이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부분 자본주의를 신봉하는데 자본주의는 결코 평등을 보장해 주지 않고 능력에 따른 차별성에 가치를 둔다. ‘힘대로 살아’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빈부의 격차가 전 세계의 골칫거리다. 그래서 사회주의적 요소를 정책에 도입하고 반영하고 있다. 서구 유럽이 대표적인 경우다. 국민들도 똑 같이 잘 살자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상대적 박탈감을 덜 느끼며 살기를 바랄뿐이다.
‘인간은 결코 불평 없이 재산이나 권리를 분배할 수 없다’는 말이 도스토엡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 있단다. ‘평등을 찾으려는 사람은 묘지에 가라’는 독일 속담도 있단다. 세익스피어의 말이 압권이다. ‘한 마리의 말에 두 사람이 옆으로 나란히 탈 수는 없다’ 한 사람은 앞에 타고 한 사람은 뒤에 타야 한단다. 그러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 ‘불환빈 불환균’과 비슷한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