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악마의 사전』독학으로 신문기자·작가가 된 미국의 엠브로즈 비어스(1842∼1914?-실종되었기 때문에 죽은 연도는 추측이다)가 1911년에 증보판으로 펴낸 책 『악마의 사전』은 사물과 감정의 내면을 적확한 분석으로 여지없이 정곡을 찔렀다는 평가와 함께, 사회를 삐딱하게 보는 관점이라는 평가를 함께 얻었는데 여하튼 간에 이 사전을 보면 쾌재와 함께 짜릿함도 있는데 가령 ‘행복은 타인의 고통을 깊이 오래 생각함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기분 좋은 느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기존의 도덕과 질서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모습이랄까? 여당과 야당이 피터지게 싸우는 모습을 보면 이 말이 실감난다. 오로지 ‘상대가 잘못되어야 내가 잘 된다’라는 굳센 신념을 가진 게 분명하다. 칭찬이라고는 도무지 한 마디도 없다. 있는 것은 오로지 딴지와 발목잡기 뿐이다.  국가와 국민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이를 믿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 같은 당 내에서는 또 어떤가? 역시 다르지 않다. 내부총질 해대느라 여념이 없다. 야당은 외부적으로는 집권을 위해 결사항전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당권장악을 위해 불철주야 정신이 없다. 남 잘되는 꼴을 눈뜨고는 못 보겠다는 심산이다.  자신들은 지혜나 지략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막전막후에서 고발과 투서, 음모와 술수가 난무한다. 엠브로즈 비어스의 사전 일부를 보자. 오늘을 사는 우리 스스로의 태도와 감정을 돌아보는 의미가 있다. 재미도 있다. ∆고뇌-친구의 성공을 목격했을 때 유발되는 질병 ∆사랑-자신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남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생각하는 어리석은 행동 ∆증오-타인이 나보다 잘난 경우에 생기는 감정 ∆축하-질투의 사회적 표현 ∆충고-친구를 잃는 수많은 방법 가운데 바보가 특히 선호하는 것 ∆기자-추측을 통해 진실을 찾아가며 말의 홍수로 그 진실을 흐리는 작가 ∆거울-순식간에 환상에서 깨어나도록 하는 유리질의 면 ∆삶-육신을 부패로부터 보호해 주는 영혼의 소금 ∆우정(Frindship)-날씨 좋을 때는 두 사람이 충분히 탈 수 있으나 날씨가 나쁠 때는 한 사람만 탈 수 있는 배 ∆학식-속이 텅 빈 두개골 속에 틀어넣은 책의 먼지 ∆경멸-함부로 대항하기에는 만만찮은 강적에 대하여 신중한 사람이 품는 감정 ∆살인- 한 인간을 다른 인간이 죽이는 것, 살인에는 극악무도한 살인, 나름대로 이유 있는 살인, 어쩔 수 없는 살인 등이 있는데 변호사를 위한 행위임 ∆인내-절망의 파생적인 형태로서 미덕(美德)을 가장하고 있다.  ∆지인(知人)-물건을 빌려 쓸 정도로 잘 알고 있으나, 물건을 빌려 줄 정도로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람. 가난하거나 하찮은 사람일 경우 그냥 ‘아는 정도’가 되지만 그가 부유하거나 유명인일 때는 ‘친밀하다’고 불린다 ∆성인(聖人)-편집과 수정 과정을 거쳐 (미화된)죽은 죄인 ∆남편-식사를 한 후 식기 처리를 담당하는 사람 ∆따분한 사람-들어주었으면 할 때 말하는 사람 ∆불운-절대 빗나기 않는 종류의 점괘 ∆친구-비밀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  A에게 B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C에게 옮기는 사람 ∆신부-행복한 미래를 등 뒤에 두고 온 여자 ∆안락-이웃의 어려움을 곰곰이 생각할 때 얻어지는 마음의 상태 ∆등-당신이 곤경에 처했을 대, 절실하게 바라볼 특권이 부여된 친구의 신체 일부 ∆가족-한 집안에 사는 개인의 무리로 그 구성원은 남자, 여자, 어린아이, 애완견, 고양이, 바퀴벌레, 집진드기 등이 있다.  즉, 현대 문명사회의 구성단위 ∆무종교-세상의 온갖 신앙들 중에서도 가장 으뜸가는 신앙 ∆사기-장사꾼의 생명, 종교의 진수(眞髓), 구매의 미끼, 그리고 정치권력의 기초 ∆상쾌한-신문에서 읽은 것들을 모조리 믿고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 엠버로즈 비어스의 『악마의 사전』은 20세기 문명사를 역설적으로 꼬집었다는 평가와 함께 미국의 100대 작품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엘브로이즈가 우리나라 풍속을 알았다면 ‘∆질투-사촌이 논을 샀을 때 느끼는 감정 ∆돈-친구나 애인 사이에서 헤어지려고 작정할 대 빌려달라고 하는 물건 ∆국회의원-고관대작을 다 지내고 퇴직 후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누리는 호사, 혹은 백수건달로 지내다가 운이 좋아 차지하는 행운 ∆변호사-싸움에서 저도 돈을 받고 이기면 더 받는 매우 좋은 직업.  나아도 받고 안 나아도 돈을 받는 의사와 비슷하다. ∆자존심-쓸데없는 것 인줄 알면서도 버리지 못하는 인간 심리의 속성 ∆진실-돈과 여자 문제를 쏙 빼놓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동기-잘 되면 좋지만 최소한 나보다는 못되어야 하는 같은 기수 ∆애인-서로 돈 빼먹을 궁리에 몰두하는 이성 간의 관계 ∆천국-돈을 갖다 바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나라. 혹은 부자들은 갈 수 없는 나라’라고 하지 않았을까?내친김에 ▲‘이외수의 감성사전’을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주인공-작중 인물 중에서 목숨이 끈질긴 존재 ∆정신병자-제 정신만으로 살아가는 인격자 ∆명예박사-자신이 진짜박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대학이나 학술단체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사람 ∆기도-신이 매사를 완벽하게 설계해 놓았는데도 이에 불만을 품고 구두로 처우개선을 상소하는 행위. ∆여자-남자들에게 가장 난해한 학술자료 ∆공명선거-후진국에서 선거 때만 되면 슬로건으로 내거는 낙동강 오리알.  이어서 ▲‘광수의 뿔난 생각’ 중에 둘 ∆명품-품질은 짝퉁이라 불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가격은 현격한 차이를 나타내는 옷이나 가방, 시계 따위를 말함. 간혹 큰돈을 지불하고 소유하면 그 명품을 소유한 자신을 명품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환각제의 일종 ▲친구 애인에게 몰래 접근했다가 친구가 알게 되었다. ◇친구의 애인이 내게 먼저 접근했다고 거짓말하고 그런 헤픈 여자와 당장 헤어지라고 말한다 ◇우정은 우정, 사랑은 사랑, 즉 별개의 감정이라고 우긴다 ◇그런 사실이 없다고 딱 잡아뗀다 ◇그날로 친구가 내게 할 수 있는 모든 연락 방법을 끊고 잠수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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