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어떻게 살아야 하나?필자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이 최고로 잘 사는 삶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침 햇빛이 서서히 어둠을 걷어내는 것처럼. 불교에서 말하는 무명(無明)에서 깨어나야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다고 여겼다. 우주와 우리 몸은 언제 어떻게 탄생 되었으며, 어떻게 작동하는가? 국가와 사회, 가족이라는 사회 속에서 ‘나’라는 인간의 존재가치와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죽음은 무엇이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등을 알아야 제대로 된 가치관을 형성하고, 인생의 의미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우주 탄생의 비밀을 몰라도, 우리 몸의 원소 118가지 원소가 별의 원소와 똑 같다는 사실을 몰라도, ‘모든 물체는 질량의 제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몰라도 얼마든지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잘 사는 사람이 많은 것을 보면, 자연과학의 법칙은 사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지식은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우주의 법칙을 몰라도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세상의 지식을 몰라도 가치 있게 잘 사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많다. 또 국가와 사회는 어떻게 작동하며 권력은 어떻게 이동하는지 전혀 모르고도 좋은 일하면서 착하게 사는 사람도 많다. 시골에서 평생 지게를 지고 소를 키우며 자식 공부를 시킨 농부가 국가와 사회의 구조를 모른다고 하여 무어라 말 할 수 있겠는가? 어느 정당에 속하지 않았어도 평생 남을 위해 봉사하다가 죽은 사람도 많다. 불필요한 세상사를 고민하지 않아도 봉사하면서 착하게 사는 사람도 많다. 자연과 사회를 안다는 것은 그냥 약간의 지식일 뿐이다. 반면에 온갖 나쁜 일을 하고도 한 평생 천국보다도 더한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자식에게 많은 유산을 물려주는 사람도 많은 것을 보면 권선징악은 책에서나 나오는 말이고,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도 들어맞지 않는 것을 볼 때가 많다. 그러면 또 어떻게 살아야 할까? 늘 궁금한 숙제다.‘현재 처한 위치가 나의 능력이자 나의 분수’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나는 지금까지 여기까지 온 것’이다. 앞으로 갈 곳은 알 수가 없다. 남 탓할 일은 더욱 아니다. 유산을 받았든 안 받았든, 능력이 있든 없든, 운이 좋든 나쁘든 간에 현재 지니고 있는 나의 모습이 곧 내가 살아온 과정의 총체라는 생각이다.  1958년도 여름에 한반도의 남한 천년고도 경주에서 태어나 이순(耳順) 나이를 넘기는 동안, 돈도 안 되는 잡지를 내면서 저녁이면 어디 좋은 술자리나 없는가 하고 기웃거리는 모습이 내가 처한 현재의 위치다. 자신의 능력과 분수를 알고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떤 환경에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늘 긍지와 소신을 스스로 찾아감이 윤택하게 사는 인생’ 가야금 명인 황병기 교수(1936∼2018)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인간의 삶에 대해서는 맹자(孟子)가 한 말이 절절하게 와 닿는다. 필자는 아무리 둘러봐도 맹자의 말만큼 단 몇마디로 인생을 정의한 말을 듣지 못했다. 기가 막힌다. 생지위성 식색성야(生之謂性 食生性也)-여덟 자의 글에 인생의 모든 것을 축약시켰다. -사는 게 (인간의) 본성이요, (인간의 본성은) 먹고 살면서 자식을 남기는 것이다- 이보다 더 명쾌하게 삶을 정의할 수가 없다. 동물이나 식물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맹자는 또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 했다. 역시 기가 막힌다. -일정한 생계가 없으면 든든한 마음도 없다- 다른 말로 ‘가진 게 없으면 사람 구실도 할 수 없다’, ‘재산이 있어야 마음도 넉넉하다’라고 해석하면 지금 세상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가?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우리 속담과도 일치한다. 맹자(BC372∼289)는 인류 이래 최고의 천재라는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BC384∼322)보다 13년 늦게 태어났지만 62세까지 산 아리스토텔레스(BC384∼322)보다 21년이나 오랜 83세까지 살았다. 73세까지 산 공자보다도 열 살이나 오래 살았다.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의 문하에서 배우기도 했다. 맹자 역시 공자처럼 전쟁이 한창이던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천하를 주유하면서 군주들에게 조세경감, 자유무역, 천연자원의 보존, 노인복지대책 수립, 부의 공정한 분배 등을 설파하며 왕도정치의 구현을 위해 동분서주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맹자의 말대로 먹고 살면서 자식을 남기는 게 인생인 것 같다. 황병기 교수의 말대로 무슨 일을 하던 긍지를 갖고 소신껏 살면 되는 것 같다. 맹자의 말대로 재산이 많아서 넉넉하면 좋겠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면 탈이 나고, 탈이 나면 병원이나 교도소에 가게 되어 인심만 잃고 수(壽)를 재촉하게 된다. 필자가 감히 한마디 보탠다면 ‘현재의 위치에서 충실하게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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