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개항 100년 맞은 감포항의 어제와 내일<下>
감포항이 개항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100년의 항해를 시작하고 있다. 경주시는 “새로운 100년, 환동해 중심지를 꿈꾸는 감포항”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해양문화 중심지로 감포를 육성하기 위한 다각도의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오는 25일 예정된 100주년 기념행사는 단순한 축제를 넘어선다. 학술포럼, 해상 퍼레이드, 비전 선포식, 타임캡슐 매설, 불꽃 공연 등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호흡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예정되어 있으며, 감포 가자미축제와의 연계로 참여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이 사업에는 주민, 어업인, 관광업계, 전문가가 함께하는 ‘100인 준비위원회’가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과거 감포항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어업인의 유입으로 본격적인 어항으로 성장했다. 2000년초까지 감포항은 일본 측 배타적 경제수역(EZ) 문제, 오징어 어획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감포는 변화를 모색하며 다시 태어나고 있다.
‘명품 어촌테마마을 조성사업’은 송대말 주변에 야간경관, 친수공원, 미니 운하, 무인 등대 해양문화 공간 등을 조성하며 감포의 이미지 쇄신에 기여했다. 이에 더해 2025년에는 ‘어촌신활력증진사업’ 공모에도 선정되어 총 453억원을 확보, 어촌경제플랫폼 조성을 통해 지역경제 기반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해양관광과 수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이 계획에는 용오름광장 스카이워크(42억원), HIP海 감포센터(143억원), 송대말 다이버사이트(35억원) 조성 등 감포만의 해양문화 자산이 집약되어 있다. 문화 자산과 청년 창업이 융합되는 이 계획은 관광 명소로서의 경쟁력은 물론 지역 정주 기반 강화라는 이중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주민 참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감포읍발전협의회를 비롯한 주민들이 직접 공모에 참여하고, 현장 설명회까지 주도한 이번 사례는 어촌혁신의 모범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감포항이 안고 있는 과제도 만만치 않다. 고령화와 청년 인구 유출, 어선 노후화, 냉장·냉동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2024년 기준 감포항에는 총 164척의 어선이 조업 중이며, 지난해 위판량은 1만 1660톤, 위판금액은 362억원을 기록했다. 기름가자미, 청어, 삼치, 선동오징어가 주 어종이지만, 과거 감포 수산업을 주도하던 오징어 위판량은 급감하여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주시는 어업 인프라 현대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스마트 위판장 도입, 친환경 어선 보급, 탄소중립 대응형 에너지 자립 시설 조성 등이 그 예다. 또한 수산물 6차산업화 교육, 해양 스타트업 유치 등을 통해 청년 어업인 유입을 촉진하고 있다.
또한, 감포항은 단순한 경제 거점을 넘어서 동해안 해양경제권의 중심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원자력연구단지, 해양플랜트 기반 구축, 스마트도시 요소 도입, 항만물류망 확대 등 국가 중장기 사업과의 연계성이 감포항의 미래 가치를 높이고 있다. 경주시는 이를 위해 항만도시 기능 확대를 위한 도시계획 개편과 토지이용 전략을 재정비 중이다.
한편, 감포항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사람이 모이고 머무르는 곳’으로 전환되기 위한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마을 해설사 양성, 어촌체험마을 운영, 해녀·어민의 삶을 담은 스토리텔링 콘텐츠 개발 등이 주민 주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어민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프로그램도 확대 중이다. 지역 문화와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별신굿과 범굿은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중요한 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감포항의 변화는 단지 공간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고, 감포라는 지역이 품고 있는 문화·역사·자연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일이다. 특히 감포항의 미래 비전은 디지털과 생태, 문화가 융합된 `지속가능한 어촌 스마트 허브`로 설정되고 있다. 앞으로의 감포는 단순히 수산물 생산지나 관광지에 머무르지 않고, 스마트 어업, 친환경 에너지 생산, 해양환경 교육 중심지로 진화할 계획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어획량 분석, AI 기반 위판 시스템, 실시간 수질 모니터링 체계 도입도 검토되고 있으며, 이는 청년 세대가 감포에 정착할 수 있는 기술 기반 생태계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제 감포는 지난 100년의 기억을 뒤로하고, 또 다른 100년을 준비하는 출항을 시작했다. 과거의 유산이 미래의 자산으로 전환되는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다. 기술도, 인프라도, 자본도 중요하지만, 결국 지역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그 지역을 사랑하고 지켜나갈 주민들의 의지와 공동체의 힘이다. 감포항이 그 힘을 바탕으로 환동해의 중심으로 다시 우뚝 서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