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관광단지가 5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현장의 풍경은 변화를 증명하지 못한다. 낡은 시설과 방치된 공간, 겉치레 위주의 정책 속에서 ‘다음 50년’에 대한 준비는 보이지 않고 급한 APEC을 마치기 위해 발등의 불부터 끄고 보자식는 식의 정책이야 말로 씁쓸한 인상만을 남기고 있다1975년 첫 삽을 뜬 보문관광단지는 반세기 동안 경북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자리해왔다고 자평하고 있다. 한때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모으며 제주도와 함께 국내 관광의 심장 역할을 했지만, 그 위상은 이제 예전 같지 않다. 단지 곳곳의 방치된 건물과 휴업 중인 시설은 도시 경관을 해치는 흉물로 남아 있으며, 지역민조차 찾지 않는 공간이 되고 있다. 콩코드호텔, 신라밀레니엄파크, 육부촌상가 같은 시설은 수년째 문을 닫은 채 방치됐고, 공사는 민간자본 유치라는 해묵은 해법만 되풀이한다. 도로와 경관 정비에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정작 관광객 체류를 유도할 콘텐츠 개선은 전무하고 공사는 이를 민간에서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50년 전 ‘형태 중심 개발’과 크게 다르지 않다.이 같은 악순환의 배경에는 단기성과 중심의 행정과 공공기관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사업의 명분은 그럴듯하지만,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 채 임기 내 성과에 매몰된다. 무엇보다 문제인 것은 담당자나 기관장이 바뀌더라도 사고방식과 정책 구조가 바뀌지 않으며, 늘 그런 것이 정치적으로 편성된 기관장의 무사안일의 리더쉽 결과로는 절대 달라질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다.세계 관광시장의 경쟁은 단순한 보여주기식 경관이 아니라 체험형 콘텐츠, 스토리텔링, 지역 고유의 문화 자산에서 나온다. 외형적 확장만으로는 방문객의 발길을 오래 붙잡지 못한다.보문관광단지의 다음 50년을 위해서는 기존 시설의 체계적인 리모델링과 지역 특성을 살린 전략적 콘텐츠 재편이 절실하다. 숙박·레저·문화·전시를 연계한 복합형 체류 프로그램, 지역 예술과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체험 공간이 필요하다. 이는 공공기관 단독이 아닌, 시민·전문가·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모델로 추진되어야 한다.APEC 정상회의는 시작점일 뿐, 종착점이 될 수 없다. 이번 기회를 단순한 경관 정비에 그치게 한다면, 보문관광단지는 또다시 ‘50년 전의 답습’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겉모습이 아니라 내용으로 채운 관광지, 방문객이 머물고 싶어 하는 공간, 지역민이 자부심을 갖는 보문관광단지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지금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서 있어야 할 자리다. 100년을 준비하는 첫 발걸음은 바로 지금 내디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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