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관광단지가 지정 50주년을 맞아 대규모 민간투자 환경 조성 사업에 착수하면서, 국내 제1호 관광단지가 또 한 번의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23일,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입주업체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복합시설지구’ 도입을 중심으로 한 조성계획 변경안과 향후 민간투자 절차를 공식 발표했다.
이는 개정된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이 24일부터 시행되면서 가능해진 조치다. 특히 이 개정안은 기존 관광단지 내 엄격히 구분돼 있던 ‘숙박’, ‘상업’, ‘오락·휴양’, ‘기타’ 시설지구를 단일 공간 내에서 자유롭게 복합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민간개발 행위를 가능하게 만들며 토지 활용의 제약을 대폭 줄였다.
이번 개정 시행규칙에 따라 ‘복합시설지구’는 기존 시설지구의 기능을 융합한 새로운 유형으로, 한 건물 또는 부지 내에 복수의 기능을 동시에 도입할 수 있다. 예컨대 한 건물 안에 호텔, 쇼핑몰, 전시장, 테마파크 등을 함께 구성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보문단지 내 다양한 미활용 토지들이 투자 가치 있는 개발 부지로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사업이 정체되었던 신라밀레니엄파크 부지의 개발 재개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당 부지는 과거 삼부토건의 경영난으로 인해 폐장되었고, 2020년 우양산업개발이 인수 후 6성급 호텔 건립을 추진했지만, 용도변경 허가 논란으로 사업이 좌초된 바 있다.
복합시설지구 전환은 이처럼 개발이 지연되거나 중단된 사업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 공공기관 모두 사업 재개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무분별한 투기 우려를 해소하고, 실질적인 사업 실행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했다. 조성계획 변경 고시 후 2년 이내 착공, 5년 이내 준공을 의무화했으며, 사업협약 체결 시 토지 공시지가의 5%를 이행보증금으로 납부하도록 명문화했다. 만약 이행보증금 미납 또는 협약사항 불이행 시에는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또한, 신청자는 사업협약 체결 10일 이내 공증 확약서를 제출해야 하며, 공사는 사업계획서 접수 후 심의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접수 기한은 오는 7월 28일까지이며, 빠르면 12월 중 조성계획 변경이 고시될 전망이다.
2025년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보문단지 일대는 글로벌 관광·비즈니스 거점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번 사업은 단지 지정 5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이자 ‘보문 투자혁신 프로젝트’로 명명되어 추진 중이며, 경상북도는 도비 1억원을 투입해 본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공사 김남일 사장은 “이번 제도변경은 민간의 창의성과 공공의 정책적 방향성이 만나는 지점”이라며, “보문단지를 글로벌 관광 플랫폼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결정적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공사는 글로벌 이벤트 유치를 위한 인프라 확충도 동시에 추진 중이며, 향후 K-관광의 상징적 거점으로서 보문단지를 재정립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이제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복합문화·비즈니스 허브로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복합시설지구 전환은 그 출발점이자 민간과 공공의 상생 모델을 실현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토지 활용의 유연성과 제도적 안정성을 모두 확보한 이번 개편이 보문단지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여는 열쇠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