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기자] 찬란히 만개한 작약꽃과 솔숲 사이로 울려 퍼진 선율이 경주의 5월을 감동으로 수놓았다. 신라문화원과 경주고택이 주관한 ‘2025 서악마을 작약음악회’가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둘째, 셋째 주말 총 4일간, 서악동 삼층석탑 주변 작약꽃밭과 진흥왕릉, 진지왕릉이 있는 솔숲 일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자연을 무대로 펼쳐진 감동의 선율>올해 음악회는 ‘무대 없는 무대’라는 새로운 공연 철학으로, 별도의 인공 구조물 없이 유적지와 작약꽃밭, 솔숲 등 자연경관 자체를 무대로 활용했다. 문화유산과 자연,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이 독창적인 연출은 관람객들로부터 “문화유산과 자연, 그리고 예술의 가장 이상적인 만남”이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문화와 자연을 하나로 녹여낸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주낙영 시장도 현장 찾아 “내년이 벌써 기대돼”>
특히 경주시 주낙영 시장은 마지막 날 현장을 직접 찾아 약 2시간 동안 공연 전반을 함께하며 깊은 인상을 전했고, 본인의 SNS를 통해 “올해는 유난히 좋은 날씨에 환상적인 공간에서 음악회를 감상했다”며, “아름다운 작약꽃밭에서 펼쳐진 공연에 절로 앵콜을 외치게 되었고, 내년 음악회가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소회를 밝혔다.<전통과 현대, 장르를 넘나든 다채로운 무대>이번 음악회는 전통과 현대, 정적인 고전예술과 역동적인 무대예술이 어우러진 다채로운 무대로 꾸며졌다. 인천광역시교육청 국악합창단, 국악가수 권미희, 한국향가문화예술원, 브라비솔리스트앙상블, 리틀예인무용단, 뮤지컬가수 최성, 학춤 박소산, 소프라노 배은희, 블루어쿠스틱, 바이올리니스트 이시온 등 각 분야의 예술가들이 참여해, 국악과 향가, 클래식, 팝페라 등 장르를 넘나드는 풍성한 공연을 선보였다.<주민과 함께 만든 문화유산 축제>‘서악마을 작약음악회’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문화유산을 삶의 공간으로 되살리는 대표적 민간 주도형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라문화원은 2010년 서악서원을 고택 숙박공간으로 개방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부터는 구절초, 2017년부터는 작약을 식재해 유적지를 꽃으로 가꾸는 ‘문화유산 생활화’ 운동을 실천해 왔다. 현재 약 1,000평에 이르는 꽃밭이 조성되어, 시민과 관광객에게 아름다운 경관과 감동을 제공하고 있다.이러한 성과는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기관의 지원과 기업 후원,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주도적인 참여가 어우러져 만들어 낸 협력의 결실이다. ‘문화유산으로 덕 본 마을’이라는 실천적 모델로 주목받고 있으며, 꽃밭 가꾸기, 각종 행사 운영, 폐사지 연등행사 수익금 활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민들이 문화축제의 주체로서 적극 참여하고 있다.<‘구절초음악회’로 이어질 또 하나의 감동>매년 5월, 작약이 만개하는 서악마을은 이제 ‘꽃과 유산, 사람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경주의 대표적인 문화 명소로 자리잡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완성도를 더해가는 음악회에 대한 호응도 높아지고 있으며, 2026년 작약음악회에 대한 기대 또한 커지고 있다.진병길 신라문화원장은 “서악마을 작약음악회는 예술이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문화유산과 만나 지역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징적인 축제”라며, “앞으로도 주민, 공공, 민간이 함께 만들어 가는 지속 가능한 문화유산 생태계를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한편, 신라문화원은 오는 10월, 같은 장소에서 가을의 정취를 가득 담은 ‘서악마을 구절초음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구절초 꽃밭이 하얗게 물들 무렵, 서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펼쳐질 구절초음악회는 작약음악회와는 또 다른 감동으로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