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누수 사고로 인한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시민들이 보상 범위를 둘러싼 혼란과 분쟁을 겪고 있다. 특히 아래층에 피해를 입힌 가해자와 손해를 본 피해자 모두 보험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보험 특약의 정확한 이해와 사전 확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경주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집 안 화장실 누수로 인해 아래층 세대에 물이 새는 사고를 겪었다. 즉시 전문 업체를 불러 수리를 진행하고, 본인의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을 통해 복구비용을 청구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보상 대상 아님”이었다. 자신은 피해를 입힌 가해자임에도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이 같은 상황은 보험 특약 구조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이름만 보면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각종 피해에 대해 광범위한 보상이 가능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타인에 대한 손해배상’에 국한된 보장이다. 다시 말해, 본인의 주거 공간에서 발생한 사고로 타인의 신체나 재물에 손해를 입힌 경우에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반대로 자기 집의 수리 비용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고를 낸 당사자도, 피해를 입은 이웃도 모두 보험금 지급을 기대했다가 양쪽 모두 낙담하는 상황이 벌어진다.금융감독원도 이런 소비자 오인을 우려해 주의사항을 공지한 바 있다.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은 ‘남의 집에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는 목적이며, 자기 집 손해는 ‘급배수시설 누출손해 특약’에 별도로 가입돼 있어야 보상이 가능하다. 이 특약은 급수관이나 배수시설의 노후 또는 우연한 사고로 누수가 발생했을 때 자기 집 내부 손해까지 보상하는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문제는 이러한 특약 구조를 소비자들이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채, 막연히 ‘보험이 있으니 괜찮겠지’라고 판단하고 수리를 시작하는 데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누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탐지 비용, 벽 타일 해체 비용, 폐기물 처리비 등 공사비가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소요되지만, 이 중 일부는 보험 보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누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마감재 교체나 인테리어 보수 비용 등은 ‘필요 이상의 공사’로 간주돼 보험사에서 보상을 거부하는 사례도 많다.더 큰 문제는 사고 주체가 명확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누수 사고의 원인이 공용배관인지, 세대 내부의 전용배관인지에 따라 책임 주체가 바뀌기 때문이다. 전용부분이라면 개별 세대의 책임이지만, 공용부분이라면 관리주체 또는 입주자 대표회의가 책임져야 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누수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공사를 성급히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해당 보험 약관을 확인하고, 원인을 명확히 조사한 후 보험사에 먼저 문의하는 절차가 필수적이다.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은 저렴한 비용으로 큰 손해를 막을 수 있는 유용한 안전장치다. 하지만 그만큼 보장 범위에 제한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해서 모든 사고가 자동적으로 보상되는 것이 아니며, ‘누가’, ‘무엇을’, ‘어떻게’ 손해를 입었는지에 따라 보상 여부가 달라진다. 특히 아래윗집 사이에서 발생하는 누수 사고는 피해자가 곧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 복구 비용을 두고 입장 차이가 생기기 쉬운 민감한 사안이다.전문가들은 누수나 화재 등으로 인한 손해 발생 시, 먼저 사고 기록을 사진 등으로 남기고, 가능한 한 빨리 보험사에 연락해 보상 가능 항목과 공사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공사업체 선정 시에도 견적의 적정성과 필요성에 대해 보험사와 협의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결국 보험은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드는가’가 핵심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생길 수 있는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을 가입했다면, 그 조건과 보장 범위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함께 대비 전략도 함께 마련해야 할 때다. 아래층에 피해를 준 상황에서 ‘보험 처리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더 큰 분쟁을 부를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