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지난 10일 청년센터 ‘청년고도’에서 ‘청년 신골든 창업특구 조성사업’ 5기 창업팀 개소식 및 현판 전달식을 열고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올해 선정된 8곳의 청년 창업팀은 침체된 원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당찬 출사표를 던지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경주시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지역 상생을 위해 손을 맞잡은 이 사업은 올해로 5회째를 맞이했다. 이번에 선정된 팀들에게는 상가 리모델링과 기자재 구입 등에 쓸 수 있는 3500만 원의 창업지원금이 각각 지급 되었다. 앞선 기수를 포함해 총 33개 팀이 경주 지역에 터를 잡았으며, 지난 5년여 동안 단 1곳만 폐업했을 정도로 놀라운 생존율을 보이며 성황리에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민관이 협력해 청년들의 창업 역량을 키워낸 전국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중심상권 부활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출발한 5기 창업팀 8곳의 면면을 현장 취재를 통해 집중 조명했다. 이들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채 경주의 새로운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준비를 마쳤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곳은 차와 책이 어우러진 사유의 공간 [남산서가]이다. 이주미 대표는 청년센터의 세심한 지원과 선배 창업자들의 존재가 큰 버팀목이 되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취미를 업으로 승화시킨 [포션]의 정규훈 대표는 경주의 역사와 전통주를 결합하여 지역 사회에 이바지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다짐했다.
부모님의 가업을 이은 [메이코]의 서재이 대표는 한복 대여와 전통 메이크업을 연계했으며, 한수원의 팝업스토어 참여가 사업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동국대 재학생인 권현후 대표의 [상상곰탕]은 대학생의 뚝심으로 프랜차이즈에 도전하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김솔진 대표의 [신라온 스튜디오]는 친환경 제스모나이트 오브제를 통해 지역 상권을 살리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였다.
예술가의 직거래 공간 [느그시]의 이신희 대표는 한수원의 협력 덕분에 창작과 상업의 장벽을 넘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푸드트럭에서 정식 매장으로 발전한 [멕시코코]의 박소망 대표는 힐링 멕시칸 푸드를 전파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으로 [말모이 글모이]의 박민준 대표는 역사문화도시에 걸맞은 독립서점을 열어 상권 활성화의 모범 모델이 되겠다고 전했다.하지만 이러한 청년들의 눈부신 열정 이면에는, 녹록지 않은 중심상권의 어두운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경주 중심상가는 공실이 점점 늘어나며 거리가 휑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연간 수천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황리단길의 인파를 도심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다. 이번에 개소한 청년 창업가들이 바로 그 훌륭한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본다.그러나 청년들이 창업을 위해 공간을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일 것이다. 황리단길 입성은 천정부지로 솟은 임대료 탓에 무조건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며, 그 인근인 중심상권 점포 역시 섣불리 감당하기 어려운 월세를 요구하고 있다.더욱 뼈아픈 대목은 점포 주인들의 태도일 것이다. 중심상가에 빈 점포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건물주들은 당장 애가 타지 않는다는 이유로 높은 임대료를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점포 세를 놓는 과정을 전적으로 부동산 중개인에게만 의존하고 있어, 임대인과 청년 창업가 사이의 직접적인 소통은 단절된 상태이다.지자체인 경주시나 청년센터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보려 하지만, 사유재산의 영역이기에 행정기관이 임대료 인하를 강제하며 이른바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결국 이 꽉 막힌 혈을 뚫기 위해서는 `거버넌스(민관 협치 기구)`의 구축이 시급하다. 점포 주인과 청년 창업가들을 연결하고 설득할 수 있는 중간 매개체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건물주들도 이제는 굳게 닫힌 마음을 열어야 모두 상생 할 것이다. 상권이 완전히 무너지고 난 뒤에는 아무리 임대료를 낮춰도 상인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청년 창업가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초기 인큐베이팅 기간(1~2년)만이라도 임대료를 대폭 낮춰주거나 수익을 공유하는 방식의 상생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 빈 점포의 공실률을 줄이고 거리에 사람을 불러모으는 것은 결국 훌륭한 콘텐츠를 가진 청년들의 몫이며, 이들이 성공해야 점포의 가치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이다.경주시와 한수원이 마중물을 붓고, 청년들이 열정이라는 씨앗을 뿌리고 있다. 이제는 지역 사회의 어른인 중심상가 건물주들이 상생이라는 따뜻한 토양을 내어줄 차례이다. 황리단길의 눈부신 성공이 좁은 골목을 넘어 경주 원도심 전체의 부활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