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낙영 시장은 외부 기고를 통해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불법 현수막 없는 경주’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정작 공기관과 정치권의 불법 게시물이 보란 듯이 도심 곳곳에 걸려 있다. 시민에게는 철거를 요구하면서 스스로는 예외가 되는 이중잣대는 이제 멈춰야 한다. 지금 필요한 건 단속이 아니라, 공공의 솔선수범이다.오는 10월 말, 경주에서는 세계 21개국 정상과 대표단이 모이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이는 경주가 세계적인 문화유산 도시를 넘어 국제적 의전 도시로 발돋움하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이 같은 시기에 경주시가 ‘불법 현수막 없는 도시’를 선언한 것은 당연한 조치이자 필수적인 약속이다.경주시는 이미 불법 현수막 근절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지정게시대를 통한 합법 홍보 유도, 단속 전담반 운영, 시민 참여 보상제까지 도입해 성과도 거뒀다. 특히 지난해 시민 200여 명이 자발적으로 광고물 정비에 참여한 결과, 1억 원이 넘는 보상금이 지급된 것은 주목할 만한 사례다.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 모든 노력의 진정성이 특정 영역에서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이 직접 나서 외부 기고문을 통해 시민들에게 ‘한마음으로 불법 현수막을 없애자’고 호소하고 있지만 불법 현수막은 여전하다.시민 누구나 대로에서는 불법 현수막을 여전하게 볼수 있다. 경주시청이 후원하거나 주최 주관 행사, 정치권의 홍보성 현수막, 관변단체의 축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지정게시대가 아닌 신호등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말이다.더 큰 문제는 이러한 행위가 ‘예외’로 간주 된다는 점이다. 단속을 해야 할 공무원들은 불법 현수막에는 누구 예외 없이 철퇴를 내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누가 불법 현수막을 거치 했느냐가 중요하다. 이는 공정성과 신뢰의 문제를 야기한다. 행정의 일관성이 무너질 때, 그 모든 정책은 시민 앞에서 힘을 잃는다. 누구보다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이 이중잣대를 들이대며 시민의 자율적 참여를 요구하는 모습은 부끄럽기까지 하다.경주는 단순한 도시가 아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품은 천년고도이자, 이번 APEC 회의를 통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관광도시다. 도시의 첫인상은 거리에서 결정된다. 깃발처럼 나부끼는 불법현수막이 경주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순간, 그 책임은 시민이 아닌 행정과 정치권에 있다.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불법 현수막 없는 경주’를 만들고자 한다면, 먼저 공공기관부터 내려야 한다. 정치권 또한 자신들의 홍보가 아닌 시민의 안전과 도시의 질서를 우선해야 한다. 단속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의 솔선수범이다. 시장의 호소가 진정성을 얻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경주의 품격은 시민의 자발성에서 비롯되지만, 그 출발점은 행정의 일관성과 공공의 책임이다. 경주의 도시 경관을 진정으로 바꾸고자 한다면, 이제 공기관과 정치권이 내려야 할 차례다. 이번 APEC 회의가 ‘불법 현수막 없는 도시’를 위한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그것이 경주가 세계 앞에 내세울 수 있는 진짜 자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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