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부모에게 5분도 빌려주기 싫은 것‘남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거나 지배할 수 있는 힘’이 권력이다. 세상에 좋은 게 많지만 권력(勸力)만한 게 사실 없다. 권력이 허무하다느니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니 말하지만 이의 속을 들여다보면 권력을 쥘 가능성이 없거나 한때 권력을 가졌다가 놓쳐버린 부류들이 하는 말이다. 권력이 얼마나 좋으면 부모에게 5분도 빌려주기 싫은 게 권력이라고 하겠나? 또 다른 말도 있다. 권력이 있는 자는 잠이 안온다고 한다. 권력을 부려야 하는데 그 좋은 시간을 잠으로 허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잠자는 시간에는 권력을 부릴 수 없기 때문이다. 권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만나자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모두가 머리를 조아린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고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거의 모두 같다. 아닌 척 할 뿐이다. 스스로 위안을 삼고 있는 게 아닐까? 정치권력, 경제권력, 문화권력 등 권력의 종류도 다양하지만 그래도 정치권력이 우위다. 정치권력이 가장 크게 다른 영역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는 국회의원이 권력의 정점에 있다. 국회의원 권력이 얼마나 센지 새삼 요즘 실감할 수 있다. 시장부터 도의원, 시의원 할 것 없이 모두 국회의원에게 목숨줄을 맡겨놓고 있다. 공천권이 바로 그것이다. 국민들의 모든 행위는 법에 준거하고 그 법은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만들기 때문에 자기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법에 의해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공천권도 예외가 아니다. 이는 어느 지역이나 똑 같다. 권력을 잘못 휘두르다가 감옥에 가거나 폐가망신하기도 하지만 여하튼 권력만큼 좋은 게 없는 것만큼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권세(權勢)는 권력과 세력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권력보다 더 좋다. 그런데 권위(權威)는 좀 다르다. 권력과 위엄을 아우르는 말로 권위는 정당성과 보편성을 지녀야 한다. 특히 종교적 권위나 문화적 권위의 경우다. 실세(實勢)도 있다. 명함은 없어도 힘이 있는 경우다. 주로 친분이나 자금력에 근거하여 힘을 갖고 있다. 실세는 주로 후원회라는 이름 뒤에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돈으로 권력을 움직이는 것이다. 돈이 말을 하면 귀신도 입을 다문다는 말처럼 때론 권력도 돈 앞에는 몸을 움츠린다. 권력이 있으면 돈과 명예가 따른다고 흔히 말한다. 요즘 권력을 얻기 위해 바쁜 사람들이 많다. 아침 일찍부터 피켓을 앞에 두고 유권자들에게 권력을 주십사하고 부지런히 인사를 한다. 밤늦게까지 술집을 찾아다니며 명함을 건네면서 저마다 권력을 얻기 위해 이름을 알리고 있다. 여유만만한 사람도 있고 고군분투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동분서주하는 것은 똑 같다. 유권자가 권력을 부릴 수 있는 기간은 사실이지 선거운동 기간뿐이다. 투표가 끝나면 머리를 조아리지 않는다. 불러도 잘 오지 않는다. 입장이 바뀐 것이다. 시민들이 권력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키는 데에 2천 5백년이 걸렸다. 그리스 공화정 이후로 피지배자들이 지배자를 뽑기 시작한 것은 세계적으로 불과 2백년도 채 안 된다. 여성은 1백년 남짓이다. 아닌 말로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이전에는 자기들끼리 싸워서 권력을 나눠 먹었다. 권력이 얼마나 좋으면 유능한 사람에게 이양하지 않고 자식에게 물려주었을까? 이른바 세습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자자손손 해먹지 않았는가? 신라나 고려나 조선 모두 그랬다. 그게 2천년이다. 권력이 세습되면서 백성들의 고통이 시작되었다는 말이 설득력 있는 이유다. 서구 민주주의와 달리 우리나라는 백성들의 힘으로 권력을 쟁취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우리 손으로 대표자를 뽑게 되었으니 다행한 일이다. 2백년 전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조선에 그 많은 학자들이 있었지만 왕을 백성의 손으로 뽑자고 주장한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제 유권자를 권력을 위해 잘 쓰는 후보자를 고르는 일만 남았다. 우리 유권자의 권력을 대신하여 올바르게 사용할 인물을 선택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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