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셀 럽
언어가 시대를 반영하지만 요즘 ‘셀럽’이라는 말이 신문과 방송에 심심찮게 나온다. 검색해보니 영어 celebrity의 준말로 쓰이는데 ‘유명인(有名人)’, 명사(名士)라는 뜻이다. 가수나 배우가 아니면서도 그에 맞먹는 인지도를 얻어 이를 밑천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소소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유명인이란다. 아마 황교익 씨나 백종원 씨 등을 일컫는 것 같은데 최근에는 분야에 상관없이 유명한 사람을 셀럽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이름이 알려져 어쨌거나 성공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셀럽들이 최근 #Me Too(나도 당했다. 나도 피해자다) 때문에 상당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고은 시인과 이윤택 연출가가 대표적인 예다.나는 평소 역사인물이든 현재의 인물이든, 유명인이든 보통사람이든 간에 그 사람의 이면(裏面)을 제대로 보고 인물의 됨됨이를 판단해야 한다는 일관된 소신을 갖고 있다. 세상에 알려진 평가 외에 뒷면에 가려진 진실을 반드시 알아야 제대로 된 판단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의 위선과 가면, 즉 껍데기만 보고 있는 것이다. 남자에게 있어 진실을 가리는 가장 손쉬운 척도는 뭔가? 바로 돈과 여자관계다. 시청과 유착하여 돈을 벌어 부귀영화를 누리면서도 사회를 위해서는 별로 기여하지 않는 사람을 나는 경멸한다. 바로 시골형 정경유착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말에 의하면 이들은 개인의 범죄보다도 엄청나게 큰 범죄자다. 시민들의 세금을 갈취하기 때문이다. 없는 사람들의 피를 짜내는 파렴치한 행위라는 말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 몇몇을 알고 있지 않는가? 지난 호에 노점상인회에서도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냈는데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종 단체에서는 한 푼도 안냈다는 기사를 썼더니 어느 치과의원 간호사가 원장님이 구독을 끊으라고 한다는 전화가 왔다. 필시 기분이 나빴겠지. 한 달에 달랑 5천원밖에 안 되는 구독료를 갖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었다. 물론 즉시 구독자 명단에서 가차 없이 삭제했다. 그 원장은 부동산 경매를 통해서도 돈을 많이 벌었다고 소문이 나 있다. 그 원장이 내는 한달 5천원 구독료 없어도 먹고 살 수 있다. 그 원장은 감투는 좋아하면서 그가 속한 단체 임원들에게 점심 한끼 사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경주에는 유지(有志-마을이나 지역에서 잘 알려져 있고 영향력이 많은 사람)가 많다. 너도 나도 유지다. 지역의 셀럽인 셈이다. 이들은 대개 체육회나 관변단체, 봉사단체 등을 통해 유지의 반열에 진입한다.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유지들도 많지만 일부는 유지행세하는 재미로 산다. 사람들은 유지행세 하기 좋아하는 사람을 Oil Paper라고 빈정댄다. 내가 가끔 예를 드는 이야기가 있다. 회재(晦齋) 이언적(1491-1553) 선생의 경우다. 회재 선생은 재산과 제사권을 첩에게서 낳은 친자식인 이전인에게 물려주지 않고 양자로 들인 5촌 조카 이응인에게 상속했다. 서자였던 이전인은 학문적으로도 뛰어난 학자였지만 회재 선생을 끝까지 모신 효자였다. 당시에도 비록 서자이지만 친자식을 너무 홀대하는 게 아니냐는 건의가 많았지만 무시했다. 경상도 관찰사 시절에 양동마을에 지은 집이 너무 크다고 조정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경고를 받기도 했다. 성리학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오늘날 기준으로 봤을 때 성리학이 국가와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었는가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을 제대로 알려면 포장에 가려진 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