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현 기자]  붓 문화의 동양 문화권에서 유럽 문화 펜으로 전통 건물을 그려내는 손원조 전 경주문화원장을 ‘경주문화관 1918(구 경주역)’에서 만날 수 있었다.그는 경주 출신으로 70년대 초부터 부산일보, KBS 등 신문과 방송에서 35년 기자 생활 후 주간지 서라벌신문사를 인수해 12년간 발행인과 편집인을 역임했다. 47년간의 언론계 생활을 정리한 뒤, 2019년도에 경주읍성 인근에 경주벼루박물관을 신축 개관해 운영하고 있다.언론계 생활을 47년이나 하셨습니다. 펜화와는 연관성이 적은데 어떤 계기로 펜화를 하게 되셨나요?오랜 시간 언론계에서 활동하면서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있었고, 나 또한 많은 관심이 있었다.내가 그림을 직접적으로 그리게 된 건 민화였다. 민화를 배우기 시작한 건 오래됐다. 민화 특성상 꾸준히 정진하지 않으면 몇십 년을 했다 하더라도 크게 두각이 드러나지 않는다. 민화를 하면서 입선은 11번, 2017년엔 경북도전에서 특선했다. 지금도 민화 배우는 걸 놓지 않았다. 펜화는 사연이 있다. 30여 년 전쯤 김영택 펜화 작가가 계셨다. 이분이 중앙 일간지 역사소설 속 삽화를 그리셨는데 펜화로 그린 것이 사진보다 나아 보였다. 그래서 ‘나도 이거 한번 배워봤으면 좋겠다’라고 생각만 하고 지나갔다. 30여 년이 흐르고 3년 전 우연한 기회로 펜화 그리는 분을 만나 배우고 있다. 이번 전시회를 본 사람들이 “몇 년 했습니까?”라고 물으면 몇 년 했다고 말하기 부끄럽지만 몇십 년 하신 분보다 몇십 배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림을 둘러보니까 오래된 목조 건물을 그리셨다. 전통 건물 위주로 그린 이유가 있나요?의도적으로 경주에 역사 깊은 문화유산 중 연령 높은 것을 집중적으로 찾았다. 그중 경주지역의 문화재급 목조건물들인 숭덕, 숭혜, 숭신전 등 삼전 건물을 비롯해 승무전과 육부전, 표암전 등과 양동의 관가정과 옥산서원 내의 무변루 등 보물급 건물들과 경주지역대표 서원 건물을 그렸다.또 경주지역 이외의 전통건물들로는 강원도 강릉의 임영관 삼문과 안동 병산서원의 만대로, 전남 강진의 다산초당,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의 정자 침괘정도 있다.학생들은 교과서에서만 접한 전통 건물들을 전시회로 직접 본다면 건물이 훨씬 쉽게 이해될 것이다. 펜화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소감이 궁금합니다.펜화는 유럽 문화이다. 동양 문화권은 붓 문화인데, 동양 문화권의 인식 때문에 펜화 하시는 분들이 소외되어 확대재생산이 어려웠다.그런데 김영택 화가분이 30년 전 펜화를 활성화해 주셔서 많은 분이 배우고자 했다. 그러는 사이 침체했기도 했다. 3년 전 포항에서 오신 선생님으로 인해 펜화를 배우게 됐다. 내가 서예, 민화도 배웠고 배우고 있지만, 펜화가 나에게 좀 맞지 않나 싶다. 전시를 준비하며 많이 고민했다. ‘내 나이가 82세인데 과연 하는 게 맞나?’ 하며 망설였다.그러다가 문득 ‘내가 지금 아니면 언제 또 기회가 오겠나?’ 싶어서 전시회를 준비했다. 다행히 오시는 분들이 나에게 “애썼다” 말해주니 위로가 된다. 앞으로 관장님의 행보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내가 다음에도 이런 기회를 더 만들겠다고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꾸준히 심지로 박혀있던 ‘항상 열심히 하고 마무리하자’ 하는 자세로 힘써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또한 내가 지금 하는 일들은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여백을 어떻게 하면 유영하게 쓸 것인가 꾸준히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고자 한다.손 관장은 본인의 삶의 후반기를 열심히 사는 방법으로 이 길을 걷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그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하고 계속해서 머리를 쓰기 때문에 치매 예방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또한 손 관장이 운영하는 벼루 박물관은 2년 동안 주춤했지만, 올해 다시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활기 되찾고 있다고 밝혔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 / 300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