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 집> 방폐장유치 20년 “형편 좀 나아졌습니까?” 어디로 가는가?1) “경주 방폐장 유치 20년… 원자력특화도시, 과연 약속은 지켜졌나”
한수원 본사 이전부터 SMR 국가산단까지,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5조원에 육박하는 지원사업, 실익은 어디에… 경주 시민이 느끼는 현실은2005년 11월 5일, 경주 시민들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유치하는 주민투표에서 89.5%에 달하는 찬성으로 방폐장 유치 결과를 낳았다. 그리고 올해는 방폐장 유치 2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형편좀 나아졌습니까?” 3,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지원 4조7,929억원 직·간접지원비 과연 20년을 맞은 지금 우리에게 남은것들과 그리고 앞으로 과제를 진단 해본다.경주 방폐장 유치는 당시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결정이었다. 2005년 11월 5일, 주민투표로 방폐장 유치를 찬성한 경주는 곧바로 특별법에 따라 3,000억 원의 특별지원금과 각종 지원사업,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본사의 이전이라는 파격적인 혜택을 약속받았다. 그리고 2006년 양북면(문무대왕면)에 부지를 지정했고, 2007년 첫 삽을 뜬 동굴형 방폐장은 2015년 완공돼 현재 운영 중이다. 이후 표층처분시설과 매립형 처분장 건설도 차례로 추진되고 있으며, 전체 목표는 총 80만 드럼 규모에 달한다.그동안 경주에는 55개에 이르는 일반지원사업, 4개 특별지원지원사업이 추진돼 5조에 육박하는 지원금이 집행됐다. 국도 건설, 문화재 복원, 스포츠단지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이들 여전하게 표류중인 사업들이 많아 여러차례 지적을 받고 있다. 문화재 원형 고증, 토지 매입 반대, 경주시 자체 지연 등의 이유로 예산 집행이 더디다. 한수원 본사의 이전은 2016년 경주시 장항리에서 실현됐으나, 이마저도 ‘절반의 이전’이라는 평가가 많았으며, 계획된 부지의 4분의 1만 확보돼 주차 공간이 부족하고 사무공간이 비좁다. 본사 직원 상당수는 여전히 도심지 외곽에 분산 거주 중이다. 1,800명의 인원이 이전했지만, 이에 상응하는 협력업체 유치는 미비하다. 한수원은 2017년까지 30개, 중장기적으로는 100개의 협력업체를 유치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본사를 이전한 협력업체는 한 곳도 없고, 대부분 소규모 사무실 수준에 머물고 있다.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경주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SMR(소형모듈원전)과 중수로 해체 산업을 선택했다. SMR 국가산단이 경주 문무대왕면에 최종 입지로 선정됐고, 감포의 문무대왕과학연구소에서는 차세대 원전기술인 i-SMR이 개발 중이다. 2023년 12월에는 중수로해체기술원이 양남면에 착공해 원전 해체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 더불어 경주는 동경주권에 사이언스 빌리지 형태의 새로운 도시를 꿈 꾸고 있다. 그러나 기대와 현실의 간극은 여전히 존재한다. 원자력 클러스터 조성과 사이언지 빌리지는 요원한 상태로 진행중이며 현실의 상황으로는 방폐장 반입수수료는 드럼당 63만7,500원으로 20년 전 책정된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이다. 경주시는 이를 120여만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반입량 자체가 급감한 상황에서 협상은 쉽지 않으며 두차례 산자부 조율에서 시내권과 동경주 배분율이 합의가 되지 않아 무산된 점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또 하나의 갈등 요소는 한수원 본사의 ‘재이전 논란’이다. 20년째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재이전 주장은 갈등과 피로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일부 부서의 오송역 인근 이전설과 (구)경주대 부지 이전계획 등이 알려지며 불신이 커지고 있다. 시민 다수는 찬성을 하지만 본사 해당 주민들은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또한 정치권과 오피니언 리더들은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경북도, 경주시, 한수원,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환경공단 등 5개 기관은 ‘경주 테크노폴리스 조성’을 위한 협약을 맺고 본격적인 실행에 나섰다. 핵심은 ‘원자력자립형사립고’ 설립이다. 이는 앞서 무산된 한수원 자사고의 대체 사업으로, 원자력 관련 종사자와 미래 인재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교육 인프라가 될 전망이다.경주는 지금, 20년 전 초심으로 돌아가 현재 진행된 모든 일들을 되새기면서 정부와의 협상을 재 논의 해야 한다. 원자력 중심도시로서의 명성과 상징은 분명 얻었지만, 정작 시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이제는 원성으로 밖에 해석 하지 않으수 없다. 향후 남은 과제는 단순한 산업시설 유치가 아닌, 실질적 성과와 지속 가능한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원자력이 경주의 미래를 진정으로 책임질 수 있으려면, 보여주기식 선언이 아닌 이행과 실천이 먼저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