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경주 황룡사에 기와를 공급했던 것으로 보이는 가마터에서 ‘황룡(皇龍)’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문자기와가 처음으로 출토됐다.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과 국가유산진흥원(원장 이귀영)은 경주시 내남면 망성리 384번지 일대에서 국비지원 발굴조사를 실시하던 중 해당 유물을 확인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문자기와가 나온 가마터는 황룡사지에서 약 7km 떨어진 남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까지 좁은 면적(512㎡) 내에 13기의 가마가 중첩 분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은 소성실과 아궁이 일부만 남아 있으나, 가마 내부에서 기와 조각과 다층 구조의 적재 흔적이 발견되어 대량 생산이 이루어진 장소로 추정된다.   이번에 발견된 ‘황룡’ 명 문자기와는 길이 17㎝, 너비 15㎝가량의 암키와 조각으로, ‘예서(隸書)’체의 글자가 좌서양각 기법으로 새겨져 있다. 이는 황룡사 남문지 동편 건물지, 강당지 북동편 출토품, 동아대학교 박물관 소장품 등과 동일한 형태로, 문양과 문자의 구성 역시 유사하다.그동안 황룡사에서 ‘황룡’ 글자가 새겨진 문자기와는 다수 발견된 바 있으나, 이를 생산했던 가마터에서 직접 출토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통해 해당 기와가 실제 황룡사에 공급되었음을 실증할 수 있는 결정적 근거가 확보됐다는 평가다.   이외에도 발굴 현장에서는 귀목문으로도 불리는 대형 일휘문(日輝文) 암막새(길이 38.7㎝), 수막새(직경 20㎝), 길이 45㎝ 이상에 달하는 대형 암‧수키와 등도 함께 출토되었다. 이들 유물은 황룡사지에서도 발견된 바 있는 양식으로, 모두 고려 중기 이후 유행한 형식에 해당한다.   특히, 황룡 명 문자기와의 제작 시기가 10세기 말~13세기 초로 추정되며, 『고려사』 예종 원년(1106년) 황룡사 중건 기록과 시기적으로 부합한다는 점에서, 해당 가마터가 황룡사 수리 및 보수 당시 실제 기와를 공급한 주요 생산처였음을 뒷받침한다.망성리 일대는 통일신라시대부터 궁궐, 황룡사, 사천왕사 등 주요 건축물에 기와를 공급한 중심지로 추정되어 왔으며, 이번 발굴을 통해 고려시대까지 그 명맥이 이어졌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국가유산진흥원은 6월 18일 오후 2시 망성리 유적 현장에서 이번 발굴성과를 일반에 공개하는 현장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한편, 국가유산진흥원은 2010년부터 복권기금 지원을 통해 국가유산청 국비지원 발굴조사를 전담 수행하고 있다. 국비지원 발굴조사는 일정 면적 이하 건축행위 이전에 매장유산 조사를 시행할 경우, 국가가 경비를 부담하는 제도로, 현재까지 5,500여 건 이상의 조사를 완료하며 문화유산 보존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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