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 문제를 척척 푸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악기 하나만 손에 쥐면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학생도 있고, 친구의 고민을 누구보다 잘 들어주는 학생도 있다. 이처럼 사람마다 잘하는 것이 다르고, 그 재능은 단순히 두뇌 IQ 점수로만 설명할 수 없다. 실제로 삶의 만족감과 성공은 특정 한 가지 지능보다 다양한 지능이 조화롭게 발달할 때 더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다중지능이론에 앞서, 전통적인 지능(IQ)의 개념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세기 초, 프랑스 정부는 학습이 어려운 아동을 조기에 선별하여 적절한 교육을 제공하고자 하였고, 비네와 시몽은 1905년 비네-시몽 검사를 개발하였다. 이 검사는 연령별 평균적인 지적 수행 수준을 기준으로 아동의 정신연령을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독일의 윌리엄 슈터른이 1912년에 정신연령과 생활연령의 비율을 활용한 지능지수 개념을 제시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루이스 터먼은 이를 수정·보완하여 스탠퍼드-비네 지능검사로 발전시킴으로써 IQ 개념을 미국식으로 정착시켰다. 이러한 전통적인 지능 개념은 이후 하워드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이 제기되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지능을 이해하는 대표적인 틀로 자리 잡았다.
필자는 초교 6학년 무렵, 생전 처음 지능(IQ)시험을 보았다. 문제지에는 그림, 도형, 수열, 도표, 그래프 등 생소하고도 이상한 문제들이 등장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하나하나가 논리적 사고와 직관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내용들이었다. 특히 제한된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했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끝부분은 손도 못 대고 제출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는 시험의 목적도, 방식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시험을 마쳤지만, 돌이켜보니 지능검사였고 그 시대 교육이 지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느낄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이었다.
다중지능이론(Multiple Intelligences Theory)은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가 1983년에 제안한 이론이다. 그는 인간의 복잡한 정신적 능력, 인간이 잘할 수 있는 모든 일, 문화, 두뇌, 유전학으로 결정되는 이 모든 것을 설명할 이론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 결과, 인간의 지능을 단일한 지능(IQ)으로만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인간은 서로 다른 다양한 종류의 지능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단순한 암기력이나 계산 능력보다 창의성, 감정 지능, 문제 해결력, 협업 능력 등이 더욱 중요해졌다. 하워드 가드너는 언어, 논리-수학, 음악, 신체운동, 공간, 대인관계, 개인내적, 자연관찰 등 다양한 지능이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즉, 다중지능이론은 오늘날처럼 다양한 역량이 요구되는 시대에 꼭 맞는, 미래지향적인 지능 이해의 틀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아이의 다중지능을 어떻게 발견하고, 어떻게 이끌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울 것인가?" 우리는 모든 아이의 다양한 지능을 존중하고, 관찰과 소통을 통해 각자의 강점을 발견하며, 그 재능이 자연스럽게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지능은 타고난 고정된 능력이 아니라, 경험과 교육을 통해 발달하는 성장 가능성이다. 따라서 아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가치와 행복을 발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것, 바로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교육적 과제이자 책임이다. 글 권영자(신경주대 교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