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주 황오동에 가면 젊은 가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어요. 손님도 많고, 분위기도 확 달라졌죠.”경주시청 인근 카페에서 만난 한 시민의 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다소 침체된 분위기의 구도심으로 여겨졌던 황오동 일대가 최근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 중심에는 ‘청년 新골든 창업특구’가 있다.   2020년 시작된 이 사업은 단순한 청년 창업 지원이 아니다. 도시재생, 지역경제 회복, 그리고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 나가는, 이른바 ‘경주형 청년경제 실험실’이다. 경주시와 한국수력원자력이 함께 추진하고, 위덕대 산학협력단이 위탁 운영하는 이 사업은 2024년 현재까지 총 25개 창업팀을 배출했다. 누적 매출은 약 39억 4,500만원, 연간 고용인원은 평균 53명. 숫자로만 봐도 결코 가볍지 않은 성과다.   그러나 더 눈길을 끄는 건, 이 사업이 만들어낸 ‘청년 창업 성공사례’들이 지역 상권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주자가 라멘 전문점 ‘대호당’이다. 가게 외관은 소박하지만, 주말에는 웨이팅이 기본일 정도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핵심은 지역 재료를 활용한 메뉴 개발이다. 동경주 연안에서 잡은 가자미로 낸 육수는 대호당 라멘만의 정체성이자 차별화 포인트다.   대호당 김대호 대표는 “일본 라멘처럼 경주에도 지역을 대표하는 맛이 있길 바란다”며, “우리 라멘을 맛보기 위해 경주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단순한 식당 운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역과 청년이 함께 만든 콘텐츠’로서 라멘 한 그릇이 도시의 이미지와 경제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화 콘텐츠 기업 ‘성림조형원’과 굿즈 브랜드 ‘경주시공간’의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성림조형원은 지역 축제를 주도하며 연 매출 2억 원 규모의 문화기획사로 성장했고, 경주시공간은 무인매장 굿즈 판매를 통해 5년간 누적 매출 5억 원을 기록했다. 이들은 모두 ‘창업’이라는 단어에 낯선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입증해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혼자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경주시는 창업팀마다 기초 조사와 아이템 선정부터 운영 전략, 마케팅, 회계까지 총 216회의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했다. 단순한 공간 임대나 창업 자금 지원이 아닌, 사업 운영 전반을 함께 고민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 깊다.게다가 최근 황오동에는 외부 지원 없이 자발적으로 창업하는 청년들도 늘고 있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10개 팀이 지원금 없이 창업에 도전했고, 2024년 한 해에만 7개 팀이 자연 유입됐다. 특구가 단순한 ‘사업 지원지’가 아닌, 창업하기 좋은 환경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주시는 이 특구를 단순한 창업공간으로 한정하지 않고, 지역과 청년이 동반 성장하는 ‘성장 플랫폼’으로 확장해 가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주낙영 시장은 “청년 新골든 창업특구는 청년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공간”이라며 “경주가 기회의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계속해서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현장에서 느꼈다. 이 사업의 가장 큰 강점은 ‘지속성’이다. 정책이 한번 시행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시즌별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초기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창업 생태계를 계속 진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경주형 청년 창업 모델이 전국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다. 경주에서 라멘 한 그릇을 먹고, 로컬 굿즈를 구입하고, 축제를 즐기는 이 모든 경험이 누군가에겐 단순한 소비지만, 그 이면에는 청년과 도시가 함께 만들어가는 ‘경제의 재구성’이 있다. 창업 특구의 이름은 ‘新골든’이다. 이제 황오동의 거리가 그 이름처럼 ‘새로운 골든로드’로 빛나기 시작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