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동에 위치한 계림고등학교의 신축 이전 가능성이 제기되며, 지역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전 유력 후보지로 폐역된 서경주역 인근 현곡면이 거론되면서, 단순한 학교 이전을 넘어 경주지역 교육구도 전체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경북교육청은 공간재구조화 사업의 일환으로 이전을 검토 중이며, 이는 기존 교육환경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시도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계림고는 1984년 개교한 40년 된 노후 공립고로, 현 위치는 도심 주택 밀집지역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리모델링이나 개축 시 공사 진입로 확보, 소음 민원, 학생 안전 문제 등 여러 현실적 제약이 크다. 교육청이 당초 계획했던 모듈러 교실도 공간 협소와 예산 부담, 주민 반발 등으로 인해 도입이 어렵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이전이 부상한 것이다. 특히 최근 교육부 및 시·도 교육청이 추구하는 공간재구조화 방향이 ‘모듈러 최소화’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계림고는 현실적·정책적 맥락에서 이전 검토가 불가피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전 후보지인 현곡면 일대는 단순히 땅이 넓고 개발이 용이한 지역일 뿐 아니라, 교육적 측면에서도 여러 장점을 갖추고 있다. 무엇보다 농어촌특별전형 대상 지역이라는 점은 입시 측면에서 획기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수도권 대학과 의학계열을 포함한 주요 학과 진학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로,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는 학교의 외적 이미지뿐 아니라 실질적인 입시 성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의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계림고가 현곡면으로 이전할 경우 기존 농어촌지역 고등학교인 경주예일고와의 입시 전략 중복이 불가피하며, 학생 유치의 균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주 북부권 교육의 중심축 역할을 해온 예일고 입장에서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예일고는 안강지역의 남녀공학 고등학교로 전환하며, 시내권으로 빠져나가는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한 기능을 담당해왔으며, 현재 남학생 비율도 약 38%에 달할 만큼 시내권과의 연계성이 높은 학교다. 이런 상황에서 계림고가 동일 학구 내 농어촌 특례 적용학교로 새롭게 들어선다면, 경주 북부권 전체 고교 체계에 균열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전 추진의 명분이 학생 학습권 보장과 교육환경 개선에 있는 만큼, 해당 방향성을 의심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교육 불균형이나 지역 간 이해 충돌은 사전에 철저히 조율되어야 한다. 경북도교육청이 한국철도시설공단, 경주시와 함께 논의 중인 부지 교환 방식도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되지만, 그 자체로 공공성이나 형평성을 해치지 않도록 명확한 절차와 투명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교육 구성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이다.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은 물론 인근 학교 및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공청회나 설명회 등을 통해 충분히 듣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효과 분석과 대안 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한 학교의 이전은 단지 물리적 공간의 이동이 아닌, 지역 공동체 교육의 생태계 전체를 재편하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계림고 이전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결정은 오직 교육의 본질인 ‘학생 중심’과 ‘공공성 확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을 때에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경북도교육청은 일방적 결정이 아닌 충분한 논의와 조율을 통해 지역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지역의 교육 발전을 위한 첫걸음이자, 학생을 위한 진정한 배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