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0년이 지나도 제자리… 정부는 우리 경주를 기억하는가?경주가 방폐장을 유치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형편이 나아졌냐”는 물음에 고개를 젓는다. 정부의 약속은 미완에 그치고, 여운은 여전하게 깊어만 가고 있다.2005년 경주 시민들은 국가를 위해 큰 결단을 내렸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방폐장을 유치하는 데 찬성하며 정부와의 신뢰를 선택한 것이다. 그 결정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역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기점으로 회자된다. 그러나 그 선택의 결과는 시민들에게 20년이 지난 오늘도 또 묻는다. “형편 좀 나아졌습니까?”정부는 방폐장 유치 대가로 3,000억 원의 특별지원금과 4조9,27억원이 넘는 일반지원 및 간접 지원, 그리고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국도 확장, 문화재 복원, 스포츠 인프라 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난항을 겪고 있고, 예산 집행률 또한 기대에 못 미친다. 그나마 이전된 한수원 본사도 ‘절반의 이전’에 불과해, 원전 협력업체 유치는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방폐장 반입수수료는 20년째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경주시는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산자부와 비공식적인 협상은 두 차례나 무산됐다. 한수원 본사의 재이전 논란까지 더해지며, 시민들은 더 이상 정부의 약속을 신뢰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은 약속이 앞으로 지켜질 수 있을까”라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는게 현실이다.물론 경주는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SMR 국가산단 유치와 새로운 먹거리인 원전해체를 위한 중수로 해체기술원 착공, i-SMR 기술 개발 등 차세대 원자력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사이언스 빌리지 형태의 미래세대를 위한 인재 양성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계획이 실현 가능한 ‘약속’이 되기 위해선 시민과의 신뢰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경주는 단지 원자력 시설이 있는 도시가 아니다. 천년의 고도이자, 불국사와 첨성대를 품은 도시다. 이제는 후손들에게 단지 원전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원자력이라는 현대 과학의 결정체를 또 다른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계획과 실천이 절실하다. 단기 성과에 급급한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방폐장을 유치한 당시, 시민들은 미래를 믿었다. 그리고 지금, 그 미래는 약속된 대로 이루어졌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제는 시민들이 다시 질문할 차례다. “정부는 아직도 우리를 기억하고 있는가?” 경주가 원자력 클러스터 도시로 진정한 위상을 갖기 위해선, 또 다른 20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한 철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 과거의 실수에서 배우고, 미래의 경주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약속의 이행이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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