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사느냐”는 이제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의 선택이 지역사회와 경제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지는지에 대한 인식이 필요해졌다. ‘착한소비’란 단지 물건을 사는 행위가 아니라 그 행위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태도다. 예컨대, 지역 내 전통시장 이용,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 친환경 상품 선택, 윤리적 생산과정이 보장된 제품 소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착한소비가 때로는 가격이나 편의성 면에서 불리할 수 있지만,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대형 유통업체나 온라인 플랫폼의 확산이 지역 상권을 위축시키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여서 장기적으로는 지역 자본의 선순환을 가능하게 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나아가는 동력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한소비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물건을 구매했다`는 감각을 넘어, `좋은 일에 동참했다`는 도덕적 만족감, `우리 지역을 살리는 데 기여했다`는 사회적 기여감, `지속가능한 가치에 투자했다`는 미래지향적 자긍심을 함께 느끼게 된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그 돈이 지역 가게 사장님 아이의 학원비가 되고, 청년 소상공인의 창업 기반이 되며, 지역경제 순환의 한 고리가 된다고 생각하면, 소비는 곧 `작은 투자`가 된다.
이러한 가치 있는 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의 정책도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경주시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설 현대화 및 특성화 시장 조성 등을 지원하고, 지역사랑상품권(경주페이) 발행 및 사용 확대를 통해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의성군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가 가능한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농촌의 유통기반을 개선하는 동시에 지역민의 건강한 소비를 장려하고 있다. 이처럼 착한소비는 개인의 실천에 더해, 제도적 뒷받침이 있을 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따라서 지자체는 ‘지역 내 착한소비 생태계’를 조성하는 중간지원자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시민은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공소비자’로서의 책임을 나눠가져야 한다. 그리고 지역주민이며 소비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다.
동네 빵집에서 아침을 사고, 주말엔 전통시장에서 장을 보며, 지역 맛집이나 제품을 SNS로 소개하거나 리뷰를 남기는 일, 한 달에 한 번은 로컬푸드를 활용한 식당을 찾는 것, 이러한 소소한 실천이 모여 ‘착한소비의 힘’이 된다.
이 소비가 단순한 지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생계를 지탱하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지역사회의 기반을 만드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물건을 사는 데 드는 비용만 따지기보다, “이 소비가 지역에 어떤 가치를 남기는가?”를 한 번쯤 질문해 보자.
‘지역경제는 누가 살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어렵지 않다. 이런 움직임은 지방 소멸을 막고, 지역 자립경제의 씨앗을 키우는 소중한 시작이다. 나부터, 지금 이 자리에서, 작은 소비를 바꾸는 것. 그것이 더 나은 지역사회를 여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첫 걸음이다. 글 길종구 <동국대WISE캠퍼스 융합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