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천년고도 경주에서 열린다. APEC 회의 개최 100일을 앞두고 지난 23일 정부와 경제계, 지방자치단체가 총집결한 종합점검회의가 개최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외교부, 대한상공회의소, 경주시가 각각 준비 상황을 보고하고, 회의 성공 개최를 위한 구체적 전략과 과제를 공유했다.
21개국 정상과 경제인이 찾는 세계적 외교 행사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의는 10월 26일부터 11월 1일까지 진행되며, 정상회의 본행사는 10월 31일 보문단지 일원에서 개최된다. 신임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정상회의 첫날에는 최대 7,700명이 현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상급 인사와 글로벌 CEO, 미디어 등이 머무를 공간은 모두 보문단지 인근에 조성 중”이라고 밝혔다.
정상회의장이 될 화백컨벤션센터는 리모델링과 설비 확충이 진행 중이며, 인근에는 별도의 기자회견장과 미디어센터가 신설된다. 정상 만찬장은 국립경주박물관 앞들에 마련되며, 호텔 숙박시설은 기존 호텔 리모델링 및 크루즈호텔 도입으로 확충 중이다.기상 변수인 장마와 폭염에도 대비책이 마련돼 있으며, 9월 중 모든 기반시설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회의만이 아닌 콘텐츠의 향연… K컬처와 신라의 미소이번 APEC은 단순한 정치 외교 행사를 넘어 대한민국 문화의 정수와 기술 역량을 함께 보여주는 기회로 삼고 있다. 주제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이며, 연결성과 디지털 혁신, 공동번영, AI 전환, 인구구조 변화 등 핵심 글로벌 아젠다를 다룬다.
정상 만찬과 갈라 공연에서는 신라의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며, 나비를 테마로 한 ‘나비 효과(Wing to We Fly)’가 공연 주제다. 공연 연출을 맡은 양정웅 감독은 “신라의 정신인 통합, 평화, 문화, 애민을 예술로 표현하고자 한다”며 “굴렁쇠를 잇는 새로운 상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특히 한글과 신라의 미소는 APEC 전체 기간 동안 행사 메시지의 핵심 상징으로 부각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정상들을 위한 전시로 신라 금관 6점을 최초로 한 자리에 전시하고, 신라의 미소로 알려진 수막새 전시도 병행할 계획이다.대한상공회의소, 경제인 행사로 7.4조 파급 기대APEC과 동시에 열리는 ‘APEC CEO 서밋’ 역시 대규모로 준비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이승우 APEC CEO써밋 추진본부장은 “이번 행사는 기존 2박 3일에서 3박 4일로 확대됐고, 1,700명 이상 글로벌 CEO와 임원이 참석할 예정”이라 밝혔다.
총 20개의 세션이 구성되며, 디지털·AI·바이오헬스·지속가능성 등 분야별로 글로벌 리더들과 경제인의 전략 대화가 펼쳐질 예정이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7.4조원, 신규 일자리 창출은 약 2.4만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부대 행사로는 K-테크 전시회, 와인 및 전통주 체험, 동반 가족을 위한 K뷰티·K웰니스 체험, 문화투어, K산업 현장 탐방 등이 마련된다.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들도 대거 참여할 예정으로, 행사의 글로벌 확산력도 기대되고 있다.호텔·서비스도 ‘초격차’… 환대의 품격 높인다호텔 숙소 서비스 개선도 병행되고 있다. 롯데호텔 서울 두경태 총지배인은 “정상급 VIP를 매월 응대해 온 경험을 살려 국제 수준의 음식·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한국 컨시어지협회는 VIP 의전 전문 인력을 파견하고 의전 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모바일 앱 기반 통역 및 실시간 정보 서비스도 제공돼, 한국의 ICT 경쟁력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메가존클라우드 등 민간 기업의 적극적 기술 협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결국 국민이 만든다… 경주 APEC은 국민 참여형 행사회의를 총괄하는 김민석 총리는 “2025 경주 APEC은 국민의 지혜와 협력이 만드는 국제 행사”라며 “현재 대부분의 인프라와 프로그램이 기획 또는 공사 단계에 있어, 9월까지 완공 후 10월에는 최종 점검과 리허설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총리는 APEC 성공을 위해 △인프라 △콘텐츠 △서비스 △안전 △홍보 △프로그램 등 6대 분야를 중심으로 점검 체계를 구축할 것을 지시했고, 각종 체크리스트를 7월 말까지 완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경주는 수학여행지라는 인식을 넘어서 세계인을 환대하는 도시가 되어야 하며, 신라문화와 한글, K컬처가 이번 APEC의 핵심 상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계획… ‘성공적인 개최’가 아닌 ‘압도적 성과’를 목표로이번 APEC 정상회의는 회의 자체보다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단기 행사 성공을 넘어 관광객 유치, 외국인 투자, 국가 브랜드 제고라는 중장기 목표가 명확하게 설정되어 있다.
경주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연계 콘텐츠 개발과 글로벌 홍보 마케팅 강화를 요청했으며, 경상북도는 천년고도 정체성을 살린 문화 프로그램과 오한 콘텐츠 전시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도모하고 있다.
총리실은 매주 현장 점검을 이어가며, 각계 전문가, 예술가, 기업인들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APEC의 성공을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 갈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APEC을 통해 ‘한국형 초격차 모델’을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경제·산업·문화·기술 등 다방면의 국가 역량을 선보임으로써, 팬데믹 이후 세계 무대에서의 복귀를 상징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실무부처는 국제행사로서의 안정성과 더불어 국가적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는 콘텐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린다는 점은 대한민국의 ‘지역 중심 외교’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상징한다. 김 총리는 "APEC의 성공은 단지 서울이 아닌, 지방도시 경주가 세계무대에서 주목받는 기회가 되는 것"이라며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정부 철학이 국제 행사에서도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본보기"라고 언급했다.관광 인프라의 전략적 활용도 주목된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APEC 이후 관광객의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관광 콘텐츠를 재정비하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문화 해설 시스템을 다국어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경북문화재단과 협력해 ‘APEC 유산투어’ 패키지를 개발 중이며, 이는 국제회의 레거시 창출의 대표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회의의 안전과 질서 유지도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경찰청, 국정원, 소방청 등 관계기관은 테러 대비 시뮬레이션 훈련, 대규모 군중관리, 응급의료 체계 확립 등 다양한 대비책을 시행하고 있다. 경북경찰청은 APEC 전담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행사 전후 3개월간 비상 경계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또한 교통 접근성 개선을 위해 국토부는 KTX 경주역과 보문단지를 잇는 특별 셔틀 운영, 주요 외빈 전용 차량 통로 확보, 자율주행 시범운영 등을 준비 중이다. 경주시 역시 자전거와 도보 중심의 친환경 이동 시스템 도입을 확대하며, 지속가능한 회의 모델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이외에도 국무총리실은 각 부처 및 지방정부 간 협업을 총괄하는 종합상황실을 9월 중순 경주 현지에 설치할 예정이며, 행사 전후로 매주 현장회의를 진행하여 누락되는 사안이 없도록 점검할 계획이다.
김 총리는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가 함께 만든 경주 APEC은, 국민과 지역이 함께 만들어낸 대한민국의 미래 그 자체가 될 것”이라며 “이번 회의의 성공은 회의가 끝난 후에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살아 숨 쉬는 유산으로 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10월, 경주에서 펼쳐질 APEC. 대한민국이 세계를 향해 내딛는 날갯짓이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