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에서 발생한 불법체류 간병인의 환자 폭행 사건은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 이는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방치해온 ‘간병인 관리 사각지대’와 요양병원의 제도적 허점이 빚어낸 예고된 참사다.   지난 10월 7일 오전, 경주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 병실에서 60대 중국 국적의 간병인 장 모 씨가 86세의 여성 환자를 밀쳐 넘어뜨리며 대퇴부 골절상을 입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고 현재 수술을 마친 상태다. CCTV에는 간병인이 환자를 강하게 밀치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장 씨는 한 달 넘게 병원에서 일했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이었고, 병원은 이를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   병원 측은 “간병인은 협회를 통해 파견된 인력이므로 체류자격을 확인할 권한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병원은 입원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의료기관이다. 외주 인력이라 하더라도, 병원 내에서 환자를 직접 돌보는 인력의 신원과 자격을 확인하는 것은 최소한의 의무이자 도덕적 책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부실 관리가 비단 한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현행 제도상 간병인은 요양보호사와 달리 국가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다. 간병인협회나 민간 파견업체가 인력을 모집해 병원에 공급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불법체류자, 신원 불명 인력이 아무런 검증 없이 병실로 들어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관리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 보니, 문제가 생겨도 병원은 “우리는 고용주가 아니다”라며 손을 떼고, 협회는 “병원 사정을 몰랐다”고 빠져나간다.   이번 사건은 그 구조적 허점이 환자의 고통으로 드러난 사례다. 피해자 가족은 “병원이 CCTV 제출을 거부하며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영상 확보를 위해 직접 병원을 찾아가야 했다는 사실은 병원의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요양병원이 환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책임을 피하려는 ‘기관 본능’에 사로잡혀 있는 셈이다.   더 심각한 건 이처럼 학대가 발생해도 병원에 실질적인 제재 수단이 거의 없다는 현실이다.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정기감사 결과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3년간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노인 학대 사례는 4배 이상 폭증했지만, 의료법과 건강보험법에는 이를 제재할 규정이 전무했다.   실제로 최근 3년간 학대가 발생한 92곳의 요양병원 중 상당수가 오히려 정부로부터 60억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았다. 그중 20곳은 ‘1등급 병원’으로 평가돼 인센티브까지 지급받았다. 인권을 짓밟은 병원이 ‘모범기관’ 대접을 받은 셈이다.요양병원은 의료기관의 외피를 쓴 복지시설이다. 그러나 복지부와 심평원은 요양병원을 의료기관으로만 분류하고, 요양원과 달리 노인학대 관련 규제를 적용하지 않았다. 그 결과 요양병원은 ‘규제의 사각지대’, 말 그대로의 무법지대가 되어버렸다. 환자 학대가 발생해도 병원은 평가 등급 하락이나 보조금 삭감 같은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이번 감사 이후 복지부는 뒤늦게 노인학대 예방 규정과 병원 제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이미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뒤의 조치다. 제도가 사람의 생명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회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간병인은 보조 인력이 아니라, 환자의 일상과 존엄을 지키는 최전선에 서 있다. 그들의 신원, 자격, 근무 환경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그 피해는 가장 약한 노인들에게 돌아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후 제재’가 아니라 ‘사전 관리 체계’의 전면 개편이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